골프 코스전략 중 ‘밤&가우지(bomb&gouge)’란 게 있다. 드라이버를 최대한 멀리 보낸 다음 짧은 채로 공을 그린에 올리는 방식이다. 세컨드 샷(파4 기준)을 러프에서 짧은 채로 치는 게 페어웨이에서 긴 채로 치는 것보다 홀에 더 가까이 붙일 수 있다는 계산에서 나온 전략이다.이 스타일로 재미를 본 대표적 선수가 ‘괴력의 장타자’ 브라이슨 디섐보(30·미국)다. 그런 그가 밤&가우지 전략을 버리기로 했다. 장타를 치려고 몸을 지나치게 불리면서 건강상태가 나빠졌다는 이유에서다. 거리를 내려다 보면 티샷 정확도가 떨어지는 만큼 장타의 효용이 실제론 크지 않다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디섐보가 빠지면서 지난 몇 년간 남자 프로골프의 화두였던 ‘비거리 전쟁’도 막을 내리는 분위기다.○디섐보 “장타 경쟁에서 은퇴”디섐보는 2일(한국시간) LIV 골프를 통해 “더 이상 비거리를 늘리려고 애쓰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시속 200마일(320㎞)로 때린 공을 페어웨이에 떨구면 ‘절대무기’가 되겠지만, 그건 불가능하다”며 “볼 스피드를 시속 185마일(297㎞) 이상으로 올리면 통제가 안 된다”고 했다. 거리를 덜 내더라도 페어웨이에 떨어뜨리는 전략으로 전환하겠다는 얘기다.‘장타 전쟁’을 일으킨 당사자가 발을 빼기로 한 것이다. 2016년 그가 프로에 데뷔할 때만 해도 키 185㎝에 몸무게 80㎏대로 ‘호리호리한 체격’에 가까웠다. 2018년까지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5승을 쓸어 담은 그는 이듬해 “더 발전하기 위해선 비거리를 늘려야 한다”며 20㎏ 넘게 몸을 불렸다. 여기에 근력 운동과 하루 7000㎉
“마스터스 챔피언스 디너에 온다면 혼자 따로 떨어져 구석 테이블에서 앉아야 할 것이다.”(스코티 셰플러·27·미국)“불러만 달라. 창밖 자리를 줘도 창문 안을 보고 있겠다.”(버바 왓슨·45·미국)미국프로골프(PGA)투어파와 LIV 골프파가 오는 4월 열리는 메이저대회 마스터스를 앞두고 벌써부터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마스터스를 지배했던 PGA투어파의 ‘텃세’가 노출되면서다.사우디아라비아 자본으로 운영되는 LIV 골프 소속의 왓슨은 1일(한국시간) 아시아프로골프투어 사우디 인터내셔널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셰플러가 마스터스 챔피언스 디너에 부르기만 한다면 난 어디든 앉겠다”고 말했다. 마스터스에 LIV 골프 선수들의 출전을 못마땅해하는 ‘PGA투어 잔류파’ 셰플러의 뼈 있는 농담에 왓슨도 웃으며 응수에 나선 것이다. 그는 디너 일화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어디에 앉든 괜찮다.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며 대수롭지 않게 받아쳤다.LIV 골프로 옮긴 선수들은 PGA투어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는 상태다. 하지만 오거스타내셔널GC가 주최하는 마스터스 대회는 LIV 골프 선수들에게도 문호를 열기로 했다.셰플러와 왓슨 사이의 자리 논쟁은 지난해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두 사람은 하와이에서 우연히 만나 마스터스와 LIV 골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셰플러는 지난해 마스터스 챔피언으로서 올해 ‘챔피언스 디너’를 개최한다. 그는 왓슨에게 “챔피언스 디너에서 구석 자리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왓슨은 2012, 2014년 마스터스 우승자로 지난해 LIV 골프에 합류했다.조수영 기자
‘눈 감고 해도 그거보단 잘 치겠다!’골프를 하다 샷을 망칠 때 자조 섞인 말투로 내뱉는 대표적 한탄이지만 눈 감고 스윙하기란 세계 톱랭커 골퍼에게도 어려운 일이었다. 도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미국프로골프(PGA)투어 7승 보유자인 잰더 쇼플리(29·미국)가 눈을 가린 채 파3 도전에 나서 쓴맛을 봤다.이번 도전은 쇼플리의 후원사인 하이랜드소프트웨어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됐다. 이 영상에서 쇼플리는 두 번에 나눠 도전에 나섰다. 첫 번째 도전에서는 아무런 도움과 정보 없이, 말 그대로 깜깜이 상태로 쳤다. 천하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에게도 깜깜이 골프는 무리였다. 첫 샷은 코스 밖으로 나가버렸고 연이은 두 개의 샷은 모두 벙커로 향했다. 이후 연이은 샷 미스와 퍼팅 실수 끝에 그는 9타, 섹스튜플 보기로 홀아웃했다.두 번째 도전에서는 결국 캐디와 자신의 아버지이자 스윙코치인 스테판의 도움을 받았다. 핀까지의 거리를 듣고 친 쇼플리의 티샷은 홀을 스쳐 지나가 핀에서 2m 거리에 멈춰섰다. 캐디와 스테판의 함성으로 샷을 잘 쳤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쇼플리는 “아무것도 볼 수 없으니 너무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그린에서도 쇼플리는 한번에 퍼트를 성공시키며 버디를 잡아냈다. 주의의 도움으로 완벽한 결과를 만들어낸 데 대해 쇼플리는 “보통의 상황에서 내가 정확하게 에이밍했는지, 클럽페이스 정렬이 올바른지 다른 사람들의 판단을 들을 수 없다”며 “핀까지의 거리와 방향, 클럽 페이스 정렬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었기에 눈을 떴을 때보다 더 잘 친 것 같다”고 말했다.조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