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골프의 간판 임성재(24)가 사우디아라비아 자본으로 운영되는 LIV골프에 대해 "관심없다"고 선을 그었다.

임성재는 2일(한국시간) 국내 기자들과 화상인터뷰를 갖고 "어릴때부터 나에게는 PGA투어가 최고였다. 항상 PGA 투어에서 활동하는 모습을 꿈꿨다"며 "PGA 투어에서 계속 열심히 해 우승과 커리어를 쌓는 것이 앞으로도 나의 목표"라고 밝혔다.

LIV골프는 지난 6월 첫 대회를 시작으로 막을 올렸다. 54홀만 치르고 개인전 우승시 400만달러(약 52억4000만원)을 지급하는 등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공세적으로 선수들을 영입하고 있다. 커트탈락이 없고 꼴찌를 해도 12만달러(약 1억5000만원)을 벌 수 있다. 필 미켈슨을 시작으로 더스틴 존슨, 브룩스 켑카, 브라이슨 디섐보, 패트릭 리드 등의 빅샷이 잇따라 LIV골프에 합류한 상태다.

하지만 임성재는 "선수는 명예가 우선"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PGA 투어에서 우승하거나 좋은 플레이를 하면 명예와 행복이 따라온다. 앞으로도 이 투어에서 열심히 할 생각"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PGA투어는 올 시즌의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이번주 윈덤 챔피언십을 마지막으로 정규투어가 끝나고 페덱스컵 플레이오프가 시작된다. 임성재는 페덱스컵 랭킹 15위로, 랭킹 30위 안 선수들만 출전할 수 있는 투어 챔피언십 출전권을 확보한 상태다. 4시즌 연속 출전으로, 한국 선수 최초의 기록이다. 10월 슈라이너스 아동병원 오픈에서 PGA 투어 통산 두 번째 우승을 거뒀고 올해 22개 대회에서 톱10에 7번 오르는 등 시즌 내용도 좋다.

임성재는 "올 시즌도 잘 보냈다고 생각한다. 다만 메이저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게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마스터스대회에서 공동8위에 오르며 좋은 흐름을 탔지만 5월 코로나19에 걸리면서 좋은 흐름이 끊겼다. PGA 챔피언십에 출전하지 못했고 US 오픈 컷 탈락했다.

US오픈이 끝나고는 등 부상을 겪으며 부진이 이어지기도 했다. 디오픈에서는 공동 81위에 그쳤다. 그래도 지난달 3M오픈에서 준우승을 기록하며 다시 상승세를 만들어냈다. 임성재는 "그래도 플레이오프 전에 괜찮은 위치에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부상으로 시작된 부진을 털어낸 것은 역시 연습이었다. 등 근육이 뻣뻣해지면서 스윙이 안될 정도로 불편해졌다. 치료를 받으며 좋아졌지만 쇼트게임, 퍼팅에서 미스가 잦아졌다. 임성재는 "버디 찬스를 만들어 놓고도 퍼트가 이상할 정도로 들어가지 않아 퍼팅만 하루에 두시간 이상씩 연습 했다"고 말했다.

스코틀랜드 오픈과 디 오픈 등 유럽에서 저조한 성적을 내면서도 연습을 놓치지 않은 결과는 미국에서 빛을 발했다. 미국으로 돌아와 출전한 3M오픈에서 곧바로 준우승을 거둔 것. 그는 "퍼팅이 안될 때 안쪽으로 빠지는 경향이 있어 페이스 컨트롤을 잘하려고 했다. 스트로크할 때 일자로 치는 연습을 매일 두 시간 이상씩 했다"고 말했다.

페덱스컵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임성재는 "페덱스컵 랭킹 10위 안의 성적으로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에 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한국 선수 처음으로 3시즌 연속 상금 400만 달러 돌파에 성공했다. 그는 이번 결과에 따라 한국 선수의 PGA 투어 단일 최다 상금인 443만4691 달러(2011년 최경주)를 넘어설 수 있다. 임성재가 10만2668 달러만 벌면 한국 선수 최다 상금 기록을 경신한다.

한국 남자 골프의 새 역사를 만들고 있는 임성재이지만 여전히 높은 벽을 느끼는 것이 있다. 바로 세계 남자 골프 랭킹 톱10 진입이다.

임성재의 현재 세계랭킹은 21위. 톱10 진입을 위한 과제로 메이저 대회를 꼽았다. 그는 "한 2년 정도 25위에서 20위 사이에 머물고 있는데 10위까지 가는 길에 벽이 있는 것 같다"면서 "벽을 넘기 위해선 메이저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야 할 것 같다. 아무래도 메이저 대회에 조금 더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퍼트 연습량도 늘릴 예정이다. 임성재는 "기록 중에서 티샷 관련 기록은 10위 정도를 유지하고 있어서 현재의 수준을 유지하면 될 것 같은데 퍼트가 좀 아쉬운 것 같다"면서 "퍼트 기록만 올리면 더 많은 우승을 하고 꾸준한 성적을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슈라이너스 칠드런스오픈에서 이번 시즌 유일한 우승을 차지한 임성재는 하지만 지난주 3M오픈에서 준우승한 것이 더 기뻤다고 한다.
지난 5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한동안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던 임성재는 복귀 후에도 갑작스러운 등 부상으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6월 초 메모리얼 토너먼트에서 공동 10위에 올라 컨디션을 회복하는 듯했지만, 이후 3개 대회에서 두 번 컷 탈락을 하고 디오픈에서도 공동 81위로 주춤하면서 슬럼프에 빠졌다.
3M오픈 준우승은 그런 임성재에게 반전의 기회가 됐다.
임성재는 "코로나19에 확진되고 나서 등 부상까지 생기면서 원하는 대로 스윙이 안 돼 힘들었다"면서 "그래서 복귀 후 3M오픈에서 준우승한 것이 이번 시즌 가장 즐거웠던 기억으로 남는

올 시즌이 끝나면 9월에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퀘일할로에서 열리는 프레지던츠컵 출전에 출전할 가능성이 크다. 임성재는 2019년 첫 출전에서 3승 1무 1패를 거둔 바 있다. 그는 "올해도 좋은 파트너를 만나 승수를 쌓고 싶다. 요즘 인터내셔널 선수들이 잘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팀을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펼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자신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