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상이 지난 2일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아시아드CC 부산오픈 3라운드 1번홀에서 드라이버로 티샷하고 있다.  KPGA 제공
권오상이 지난 2일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아시아드CC 부산오픈 3라운드 1번홀에서 드라이버로 티샷하고 있다. KPGA 제공
지난 3일 끝난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1부)투어 아시아드CC 부산오픈에선 우승컵을 들어올린 황중곤(30) 못지않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선수가 있었다. 주인공은 황중곤과 연장전 끝에 석패한 권오상(27). 골프팬들이 권오상에 주목한 건 단순히 골프 실력이 좋아서만은 아니었다.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드라이버로 300야드 가까이 날리는 ‘장타 비결’과 세컨드 샷 네번 중 세 번을 그린 위에 올리는 ‘정타 비결’이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300야드 날리는 ‘작은 거인’

권오상은 이날 18번홀에 들어서기 전까지 황중곤에게 1타 앞선 단독 선두였다. 마지막 홀에서 버디를 낚은 황중곤과 연장에 들어갔고, 결국 뒷덜미를 잡혔다. 골프가 17번홀까지만 있었다면 권오상은 자신의 첫 1부투어 우승에 ‘최단신 우승’이란 타이틀까지 거머쥘 수 있었다.

권오상의 키는 158㎝다. 황중곤보다 22㎝ 작다. 코리안투어는 물론 수많은 골퍼가 소속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선수 중에서도 그보다 작은 선수는 지금도 없고, 과거에도 없었다. ‘작은 거인’으로 불리던 이언 우스남(64·웨일스)은 164㎝였다. “골프선수치고는 작다”는 소리를 들었던 개리 플레이어(87·남아공·168㎝)는 권오상보다 10㎝나 크다. 권오상은 여자 프로선수와 비교해도 작은 축에 속한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의 톱랭커 가운데 그보다 작은 선수는 이다연(25·157㎝) 정도다.

그의 플레이를 보면 키는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권오상의 올 시즌 평균 드라이브 비거리는 274야드로 111위다. 하지만 이날 9번홀(파5·522야드)에서 티샷으로 296야드를 날리는 등 마음먹으면 웬만한 장타자만큼 멀리 보낸다.

키가 작은 사람이 키 큰 사람보다 멀리 치기 힘들다는 건 상식에 속한다. ‘스윙 아크(arc)’가 작은 탓에 헤드 스피드를 내는 가속 구간이 짧기 때문이다. 미국 골프매거진이 2014년 PGA투어 선수들을 분석한 결과 키가 175㎝ 이하인데 290야드 이상 날리는 선수는 거의 없었다. 반면 키가 180㎝ 넘는 선수군에선 절반 이상이 290야드 이상 쳤다.

권오상이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멀리 칠 수 있는 건 날렵한 몸놀림에 있다. 작은 아크를 빠른 회전 속도로 만회한다는 얘기다. 이 덕분에 권오상의 스윙 스피드는 시속 105마일(169㎞)로 투어선수 평균(110마일)에 별로 뒤지지 않는다. 권오상은 “힘껏 치면 300야드를 친다. 키가 조금만 더 컸으면 훨씬 더 쉽게 보냈을 것”이라며 웃었다.

부족한 거리는 정확도로 만회

언제나 ‘있는 힘껏’ 드라이버를 치는 선수는 거의 없다. 그만큼 정확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권오상도 마찬가지다. 300야드를 칠 수 있어도 평균 274야드만 보낸다. 투어 평균(287야드)보다 13야드 짧다. 부족한 거리는 정확도로 메운다. 권오상의 올 시즌 페어웨이 안착률은 74.11%로 전체 3위다. 그린적중률은 74.07%로 9위다. 평균타수는 71.21%로 15위. 통상 대회마다 120명 정도가 출전하는 만큼 상위 10%에 드는 셈이다.

여기에도 ‘작은 키의 비애’가 있다. 프로대회를 열기 전에 골프장은 선수 간 변별력을 위해 러프 잔디를 8㎝ 이상 기른다. 잔디에 깊게 잠긴 공을 쳐서 그린 위에 세우려면 스핀을 잔뜩 먹여야 한다. 그러려면 다운스윙이 가팔라야 한다. 권오상은 “키가 작다 보니 클럽을 높은 지점에서 가파르게 찍어 내리는 게 쉽지 않다”며 “러프에 빠지면 공을 그린에 세우는 게 어려워지니 정확하게 치는 데 중점을 두고 경기한다. 러프에 공이 잘 안 빠지니 그린적중률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작은 키 때문에 골프를 그만둬야 한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고 했다. 권오상은 “프로골퍼로서 키가 작은 게 유리할 건 없지만, 그렇다고 선수 생활을 접어야 할 정도로 불리한 것도 없다”며 “골프가 이렇게 좋은데 왜 그만둘 생각을 하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프로 세계에선 키가 작은 골퍼가 키 큰 골퍼보다 더 멀리 치긴 어렵지만 아마추어 세계에선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했다. 권오상이 공개한 장타의 비결은 체중 이동과 정타다. 그는 “아마추어의 거리는 대개 체중이동과 연관이 있다”며 “체중이동만 제대로 해도 수십 야드 멀리 보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80%의 힘으로 쳐도 ‘스위트 스폿’에 맞히는 게 중요하다”며 “정타가 곧 장타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