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우(27·사진)가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델 테크놀로지스 매치 플레이(총상금 1200만달러) 첫날 강적 대니얼 버거(29·미국)를 꺾고 16강 진출에 파란불을 켰다.

김시우는 24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오스틴CC에서 열린 대회 조별리그 1차전에서 버거를 2홀 차로 물리쳤다. 버거는 세계랭킹 21위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통산 4승 보유자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PGA투어닷컴 전문가그룹은 버거를 우승 후보 2위로 꼽았지만 세계랭킹 54위인 김시우가 이변을 일으켰다. 이날 경기 조에서 가장 까다로운 버거를 상대로 승점 1점을 따낸 김시우는 티럴 해튼(31·잉글랜드)과 함께 조 공동 1위로 나섰다.

김시우는 버거가 경기 초반부터 보기를 쏟아내면서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버거가 1, 2, 5번홀에서 보기를 기록했지만 김시우는 실수 없는 플레이로 세 홀을 따냈고, 6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 4홀 차로 달아났다.

하지만 버거는 역시 만만찮은 상대였다. 8번홀(파4)부터 기세를 올린 그는 첫 홀을 따내며 거센 추격을 시작해 14번홀(파4)에서 1홀 차로 바짝 따라붙었다. 이후 승부는 팽팽하게 이어졌다. 결국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김시우가 2m 버디 퍼트를 넣어 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김시우는 2017년 이 대회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버거에게 2홀 차로 패한 바 있다. 이날 승리로 5년 만에 설욕한 셈이다. 김시우는 조별리그 두 번째 경기에서는 세계랭킹 17위 해턴과 대결한다.

그는 경기를 마친 뒤 “4홀 차로 앞서가면서 경기를 좀 더 일찍 끝내려고 욕심을 부렸다가 경기가 잘 안 풀리게 됐다”며 “다시 초심으로 돌아와 스트로크 경기를 하던 것처럼 내 플레이를 하려고 노력했고 후반에 잘 막아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둘째날 만나는 해튼은 샷도, 퍼트도 굉장히 좋은 선수다. 내 플레이에만 집중하며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겠다”고 말했다.

임성재(24)는 세이머스 파워(35·아일랜드)에게 5홀 차로 일격을 당해 승점을 따내지 못했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내리 2홀을 내주며 난항을 예고했다. 5번홀(파4) 버디로 1홀을 따라잡았지만 역부족이었다. 파워는 11번홀부터 내리 4개 홀에서 버디를 잡으며 임성재를 몰아붙였고 결국 4홀을 남기고 경기를 끝냈다. 임성재는 대회 둘째날 2라운드에서 키스 미첼(30·미국)을 상대한다.

욘 람(28·스페인), 콜린 모리카와(25·미국), 빅토르 호블란(25·노르웨이), 브룩스 켑카(32·미국) 등 톱랭커 대부분이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세계랭킹 7위 저스틴 토머스(29·미국)는 루크 리스트(37·미국)에게 3홀 차로 져 이번 대회 최대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