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계 주요 투어인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한국프로골프(KPGA)코리안투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골프공은 타이틀리스트였다. 4개 투어의 타이틀리스트 볼 사용률은 평균 70%를 넘었다. 각 투어 2위 브랜드의 평균 사용률은 10%를 조금 넘는 데 그쳤다.
질주하는 타이틀리스트…프로 선수 골프공 사용률·우승률 '최고'
우승률도 각 투어 1위였다. 특히 KLPGA투어에선 28개 대회 중 22개 대회의 우승자가 타이틀리스트 공을 사용했다. KPGA 코리안투어에선 17개 대회 중 15개 대회에서 타이틀리스트의 공이 ‘챔피언 퍼트’ 때 홀로 들어갔다. 아마추어 선수의 사용률도 압도적이다. 지난해 국내 남녀 국가대표·상비군 볼 클럽 사용률 1위, 대한골프협회(KGA) 주관 아마추어대회 평균 골프볼 사용률 1위를 기록했다.

이처럼 타이틀리스트가 주요 투어를 휩쓸고 있는 건 우연이 아니다. 타이틀리스트는 특정 선수 한두 명에 집중하는 ‘스타 마케팅’보다 ‘사용률 마케팅’에 집중한다. 이를 위해 엄청난 마케팅 비용을 쏟는다. 타이틀리스트가 광고에서 반드시 ‘투어 사용률’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타이틀리스트는 항상 골프대회 중계방송의 중간광고에 ‘이번 대회 Pro V1, Pro V1x 사용률’을 넣는다. 세계에서 ‘선수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넘버 원 용품’이 타이틀리스트의 캐치프레이즈다. 아쿠쉬네트 관계자는 “골프를 직업으로 삼고 전문적으로 다루는 수많은 프로 선수 중 절대다수가 선택하는 제품이라면 ‘이것은 곧 최고의 제품’이라는 인식이 심어진다”고 설명했다.

타이틀리스트의 성공은 투어 마케팅의 승리라고 할 수 있다. 세계 골프 규칙을 제정하는 영국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A)는 반발계수 등 엄격한 규제를 통해 골프용품의 성능을 제한한다. 골프공의 경우 지름은 42.67㎜를 넘으면 안 되고, 무게는 45.93g 이하로 제한된다. 공의 속도도 23.8도 환경에서 초당 250피트 이하(허용 오차범위 2%)를 유지해야 한다. 우수한 제품과 그렇지 않은 제품을 구별할 수 있는 건 프로골퍼 정도다. 타이틀리스트는 이들을 통해 브랜드 신뢰도를 키운 것이다.

최고의 성공을 안겨다 준 Pro V1의 데뷔도 통계 마케팅에서 시작했다. Pro V1이 출시되기 직전인 2000년 10월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인베시스클래식에서다. 타이틀리스트는 과감한 투자를 통해 출전 선수 중 당시 대회 우승자를 비롯한 47명이 Pro V1을 사용하도록 했다. 이후 Pro V1은 지금까지 베스트셀러의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타이틀리스트의 사용률 마케팅은 ‘영향력의 피라미드(Pyramid of Influence)’라는 뜻의 POI 전략에 기반한다. 피라미드 최상위에 있는 투어프로의 경험 및 영향력이 세미프로 및 티칭프로, 실력 있는 아마추어, 열정적인 모든 골퍼에게 영향을 끼친다는 개념이다. 소비자 머릿속엔 ‘잘 치는 사람이 사용하는 제품이니 당연히 좋을 것’이라는 인식이 자연스레 생겨난다.

POI 전략을 근간으로 마케팅 활동을 펼치기 때문에 선수들의 피드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제품 개발 단계부터 완성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에 선수들이 관여한다. 제품이 출시되기 전 시제품을 만들어 선수들에게 가장 먼저 제공하는 투어 시딩 프로세스를 거치고, 이 과정에서 수집된 선수들의 피드백을 반영한 뒤 제품을 출시한다.

또한 타이틀리스트는 선수지원팀을 마케팅의 한 부서가 아니라 리더십팀이라고 부를 정도로 선수 피드백에 진심이다. 단순히 선수들에게 물품과 서비스를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선수들의 피드백을 제품에 반영해 더 나은 제품을 개발하는 역할을 선수지원팀에 부여한다. 타이틀리스트 관계자는 “선수들의 피드백을 양산형 제품에 적용하는 몇 안 되는 브랜드가 타이틀리스트”라고 강조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