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펄레 "한국 하면, 우즈 꺾은 양용은 포효 장면 떠올라요"
남자골프 세계랭킹 7위 잰더 쇼펄레(29·미국·사진)는 지난해 타이거 우즈(47·미국) 다음으로 골프계를 가장 뜨겁게 달군 선수였다. 8월 열린 2020 도쿄올림픽 골프 남자부에서 꿈에 그리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쇼펄레의 활약 속에 미국은 1900년 파리올림픽 이후 120년 만에 남자 골프 금메달을 되찾으며 자존심을 지켰다. 육상 선수로 올림픽 문턱에서 좌절했던 그의 증조부와 아버지의 ‘숙원’도 해결했다.

쇼펄레의 눈은 이제 메이저대회 타이틀로 향해 있다. 그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4승을 거뒀으나 메이저 우승은 없다. 최근 아디다스의 ‘투어360 22 비대면 론칭쇼’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올해 가장 이루고 싶은 목표는 메이저 우승”이라며 “이를 중심으로 새해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쇼펄레는 “한국이라는 말을 들으면 양용은의 PGA 챔피언십 우승 장면이 가장 먼저 생생하게 기억난다”고 했다. 양용은은 2009년 메이저대회인 PGA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우즈에게 역전승을 거두고 아시아 선수 최초로 메이저 우승컵을 안았다. 우즈는 커리어를 통틀어 메이저에서 54홀까지 선두로 나섰을 때 한 번도 진 적 없었는데, 양용은이 철옹성 같은 우즈의 대기록을 무너뜨렸다.

쇼펄레는 어머니가 일본계다. 그의 어머니는 대만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자랐고, 외조부모도 일본에서 살고 있다. 동양인의 피가 흐르는 그에게 아시아 선수가 세계 최고 선수를 꺾고 메이저 정상에 선 장면이 특별한 기억으로 남은 모양이다.

“모두가 우즈가 우승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양용은이 보란 듯이 해낸 장면은 정말 ‘미친 순간’이었죠. 양용은이 우승을 확정한 뒤 캐디백을 두 팔 높이 들고 포효하던 게 아직도 생각나네요. 그 모습을 보면 설명하지 않아도 그가 얼마나 기뻤는지 알 수 있었어요.”

‘세계 톱10’ 선수들은 자신만의 확실한 무기를 하나씩 갖고 있다. 쇼펄레의 경우 항상 퍼터였다. 평균 퍼팅 수(1.662타)에서 9위에 올라 있을 정도로 올 시즌도 출발이 좋다. 메이저 우승을 위해 그는 겨우내 주무기인 퍼팅을 갈고 닦았다고 했다. “(정확한) 드라이버도 자신 있는 편이지만, 그래도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건 퍼터 덕분인 것 같습니다. 메이저 우승을 위해 언제나 그랬듯 최선을 다해 준비했어요.”

선수들 사이에서 성격 좋기로 소문난 쇼펄레는 올해부터 팬들에게도 자신의 매력을 공개할 계획이다. 넷플릭스가 올해 하반기 공개할 예정인 골프 다큐멘터리에 출연키로 확정했다. 쇼펄레는 “모든 것을 공유할 순 없어도 최대한 많은 부분을 팬들에게 보여드릴 예정”이라고 했다.

제주에서 열린 CJ컵 출전을 위해 2017~2018년 잇달아 방한한 그는 한국 골프 팬들에게 새해 인사도 전했다. “한국 골프팬들도 최고의 한 해를 보냈으면 해요. 곧 뵙기를 고대하고 있을게요.”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