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까지 싹 바꿔…'빨간 바지의 마법사' 출격 준비 끝"
여자골프 세계랭킹 5위 김세영(29)에게 2021년은 아쉬움이 가득한 해다. 2015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진출 이후 통산 12승을 쌓아올린 그가 처음으로 우승 없이 보낸 시즌이었기 때문이다.

데뷔 첫해 3승을 올리며 신인왕을 따낸 그는 매해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최종 라운드에서 빨간 바지를 입고 짜릿한 역전승을 거둔 그에게는 ‘빨간 바지의 마법사’라는 별명이 붙었다. 2020년은 최고의 해였다. 메이저대회인 KPMG 챔피언십을 비롯해 3승을 올렸고 ‘올해의 선수상’까지 받았다.

커리어의 정점 직후 무관의 해를 맞았기에 더 뼈아팠다. 지난해 11월 타이틀 방어에 나선 펠리컨 챔피언십(총상금 175만달러) 최종 라운드에서 넬리 코다(24·미국),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25), 렉시 톰프슨(27·미국)과 동타를 이뤄 연장전에 들어갔지만 준우승에 그쳐 ‘연장 불패’ 신화도 깨졌다.

지난 13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호텔에서 만난 김세영은 빨간 바지를 입고 등장했다. 지난 한 해 잠시 멈춰섰던 ‘빨간 바지의 마법’을 다시 한번 살리겠다는 강한 의지가 드러났다. 김세영은 지난 시즌에 대한 진한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작년에 도쿄올림픽 등 욕심나는 일정이 많아 목표를 너무 크게 잡았던 것 같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정말 힘들었던 한 해였어요. 무리하게 많은 대회에 출전했고 대륙 간 이동도 많았죠. 목표가 높았는데 이뤄지지 않으면서 저 스스로 더 안달나고 힘들어했던 것 같아요.”

김세영은 지난해 20개 대회에 나섰다. 세계랭킹 10위 안에 있는 한국 골퍼 가운데 가장 많은 출전 횟수다. 과도한 일정을 소화하면서 체력과 멘탈에 무리가 왔다. 김세영의 지난 시즌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는 267야드(22위)로 이전 시즌 평균을 유지했다. 문제는 정확도였다. 페어웨이 안착률은 77.8%(30위)에서 71.9%(88위)로, 그린 적중률은 77.6%(1위)에서 74.9%(16위)로 떨어졌다. 퍼트 수는 1.734개(1위)에서 1.771개(21위)로 늘어났다.

새 시즌을 앞두고 김세영은 승부수를 던졌다. 올 시즌은 3월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HSBC 챔피언십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그는 “1, 2월 미국에서 열리는 3개 대회를 건너뛰고 그 기간에 체력훈련과 휴식을 통해 컨디션을 최고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클럽을 모두 바꾸는 강수도 뒀다. 이전 시즌까지 드라이버만 사용했던 테일러메이드와 아이언까지 사용하는 계약을 맺었다.

김세영은 한국에서 체력훈련을 한 뒤 다음달 초 미국으로 출국해 경기 감각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그는 “새 시즌이 기다려진다”며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저의 궁극적인 목표는 언제나 세계랭킹 1위입니다. 승수는 따로 정하지 않았어요. 저의 한계를 정하지 않고 도전하다 보면 세계랭킹 1위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