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짜릿한 '역전 우승'

197·198·199 이어 200승 주역
시즌 4승으로 다승 단독선두
'리더스 톱10 부문' 1위 확정
"홀 마다 최선…운이 좋았다"

임희정 '美직행' 눈앞서 놓쳐
고진영이 24일 부산 기장군 LPGA인터내셔널부산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확정지은 뒤 이다연으로부터 축하 물세례를 받고 있다.  KLPGA 제공

고진영이 24일 부산 기장군 LPGA인터내셔널부산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확정지은 뒤 이다연으로부터 축하 물세례를 받고 있다. KLPGA 제공

골프 여제의 귀환을 알린 완벽한 경기였다. 고진영(26)이 24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해 한국 선수들의 LPGA투어 통산 200승이라는 대기록과 함께 이번주 세계랭킹 1위 복귀를 확정했다.

고진영은 이날 부산 기장군 LPGA인터내셔널부산(파72·6726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8개 몰아치며 임희정(21)에게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고진영에게 이번 대회는 시작 전부터 적잖은 부담을 안겨줬다. 직전 경기까지 14라운드 연속 60대 타수를 기록하며 안니카 소렌스탐, 유소연과 타이를 기록한 상황. 이번 대회 1라운드에서도 60대 타수를 이어가면 신기록을 쓸 수 있었다. 여기에 한국 선수의 투어 통산 200승 주인공이 될 기회이기도 했다.

부담감은 결국 그의 발목을 잡았다. 대회 첫날 경기는 뜻대로 풀리지 않았고 1언더파 71타, 54위에 그쳤다. 하지만 2라운드부터 골프 여제의 샷이 폭발했다. 하루 만에 8타를 줄이며 단숨에 선두권으로 올라섰고 3라운드에서도 5타를 줄이며 안나린(25)과 공동 2위로 경기를 마쳤다. 선두 임희정에게 4타 뒤진 상태였지만 그는 “골프는 장갑을 벗을 때까지 모르는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날 최종 라운드 전반, 고진영은 무섭게 질주했다. 2번홀(파4)부터 내리 3개 홀에서 버디를 잡으며 임희정과의 격차를 줄였고 7번홀(파4)부터 9번홀까지 또다시 3타를 줄이며 공동선두로 올라섰다.

임희정은 만만찮은 상대였다. 1~3라운드 내내 보기 없는 무결점 플레이를 펼친 날카로운 샷감은 이날도 이어졌다. 경기 초반 파 세이브를 이어가던 그는 고진영이 추격해오자 버디를 잡아내며 역전을 불허했다. 12번홀(파4) 버디로 고진영이 이번 대회 처음으로 단독 선두로 올라섰지만 14번홀(파4)에서 임희정이 버디를 낚아 다시 공동선두로 따라잡았다. 15번홀(파5)에서 고진영의 티샷이 러프에 빠진 사이 임희정은 정확한 샷으로 버디를 잡아내 고진영을 1타 차로 따돌렸다.

하지만 고진영의 승부욕이 한 수 위였다. 17번홀(파4)에서 기어이 버디를 낚으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두 선수 모두 18번홀(파4)을 파로 마무리해 승부는 연장으로 이어졌다. 18번홀에서 열린 연장전, 승부는 두 번째 샷에서 결정됐다. 임희정의 두 번째 샷이 핀 4m에 떨어진 반면 하이브리드를 잡고 나선 고진영은 공을 핀 1m 거리에 붙였다. 임희정의 ‘나이스 샷’에 더 멋진 샷으로 응수한 셈. 임희정은 버디 퍼트를 놓쳤으나 고진영은 성공시켰다.

이번 우승으로 고진영은 완벽한 부활을 알렸다. 올 상반기 “골프 사춘기를 겪고 있다”고 할 정도로 부진을 겪으며 112주간 지켰던 1위 자리를 넬리 코르다(23·미국)에게 내줬고, 오랜 꿈이었던 도쿄올림픽 메달도 놓쳤다.

하지만 고진영은 다시 일어섰다. 지난 4월 싱가포르에서 HSBC 위민스 챔피언십을 끝낸 뒤 귀국해 올해 초 돌아가신 할머니를 위한 애도의 시간을 보냈다. 그러면서 골프에 대한 애정도 다시 살아났다. 옛 스윙 코치 이시우와 다시 호흡을 맞추며 우승 본능을 살렸다. 지난달 포틀랜드 클래식에서 시즌 2승을 올리며 부진의 늪에서 탈출했고, 한 달 만에 코그니전트 파운더스컵에서도 1승을 추가했다.

이번 우승으로 고진영은 시즌 4승째를 올려 올 시즌 최다승의 주인공이 됐다. 코르다에게 내줬던 세계랭킹 1위도 넉 달 만에 되찾았다. 그에게는 세 번째 세계 1위 등극이다. 고진영은 또 올 시즌 톱 10에 가장 많이 든 선수에게 주는 ‘리더스 톱10 부문’ 1위를 확정해 보너스 10만달러의 주인공이 됐다. 상금랭킹에서도 1위에 등극할 기회가 생겼다. 그는 이번 대회 우승상금 30만달러를 더해 195만6415달러를 모았고 1위 코다(197만4657달러)를 약 2만달러 차이로 추격했다. 남은 2개 대회에서 충분히 뒤집을 수 있는 격차다.

고진영은 “한국에서 열린 LPGA투어 대회에서 200승의 주인공이 돼 영광스럽다”며 “한 홀 한 홀 최선을 다했는데 운이 따라준 덕분에 얻은 결과인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올 시즌의 주인공이 되겠다는 강한 의욕도 내비쳤다 그는 “국내에 1주일 정도 머물며 스윙도 손보고, 컨디션을 조절한 뒤 남은 미국 대회 2개를 잘 치르고 오겠다”며 “연말에 큰 축하 파티를 치를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부산=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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