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지가 21일 부산 기장군 LPGA 인터내셔널 부산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1라운드 2번홀에서 티샷하고 있다. /KLPGA 제공
전인지가 21일 부산 기장군 LPGA 인터내셔널 부산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1라운드 2번홀에서 티샷하고 있다. /KLPGA 제공
‘플라잉 덤보’ 전인지(27)가 국내에서 열린 대회에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즌 첫 승에 한발짝 다가섰다. 전인지는 21일 부산 기장군 LPGA 인터내셔널 부산(파72·6726야드)에서 열린 LPGA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총상금 200만달러) 1라운드에서 7언더파 65타를 쳐 박주영(30)과 공동 2위를 기록했다. 선두 안나린(25)을 1타 차이로 바짝 추격 중이다.

전인지는 LPGA투어 통산 3승 보유자다. 2015년 LPGA투어 비회원 자격으로 US여자오픈을 제패했고, 이듬해 에비앙 챔피언십 정상에 올랐다. 2018년 10월에는 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통산 3승을 달성했다. 굵직한 대회의 우승컵을 따내며 ‘메이저 퀸’으로 불리기도 했지만 이후 우승 소식이 끊어지면서 깊은 슬럼프를 겪었다. 2019년과 지난해 두 시즌 동안 각각 2개 대회에서만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그래도 전인지는 멈추지 않고 지난겨울을 치열하게 보냈다. 멘탈 코치의 도움을 받고 스윙 교정에도 나섰다. 이 같은 노력은 올 시즌 시작부터 빛을 발했다. 올해 초 다이아몬드 리조트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와 3월 드라이브온 챔피언십에서 4위에 오르며 부활을 알린 데 이어 6월 마이어클래식을 3위로 마무리했다. 이후에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전인지는 보기 없이 버디만 7개 몰아치는 ‘무결점 플레이’를 펼쳤다. 1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으며 산뜻하게 출발한 그는 4번홀(파5)에서 1타를 더 줄이며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경기 중후반에 들어서도 집중력을 놓치지 않았다. 9번홀(파5)부터 3개 홀에서 내리 버디를 잡은 데 이어 이후 2타를 더 줄이며 기분 좋게 1라운드를 마무리했다.

경기를 마친 그는 “보기 없는 경기를 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오늘 이뤄서 행복하다. 실수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어느 정도 이룬 것 같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는 “매 홀, 한 샷 한 샷 집중해서 치다 보니 그렇게 버디를 잡은 줄도 몰랐다. 나중에 보드를 보고 좀 놀랐다”며 웃었다. 이어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는 부담이 크지만 팬들이 응원해주셔서 즐겁게 경기할 수 있다”며 “매 홀에 집중하며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겠다”고 말했다.

지난 7월부터 이어진 고진영(26)의 60대 타수 행진은 이날 중단됐다. 세계랭킹 2위 고진영은 이날 버디 3개, 보기 2개로 1언더파 71타를 쳤다. 그는 7월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 4라운드 69타를 시작으로 캠비아 포틀랜드 클래식 69-67-69타, 월마트 NW 아칸소 챔피언십 68-66-67타, 숍라이트 LPGA 클래식 66-65-69타, 코그니전트 파운더스컵 63-68-69-66타를 기록했다. 14라운드 연속 60대 타수를 치며 ‘골프 여제’ 안니카 소렌스탐이 2005년 세운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하지만 이날 고진영은 경기가 생각대로 풀리지 않는 듯 답답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에서 여자골프 역사를 새로 쓸 것이라는 기대가 쏠리면서 적잖은 부담감을 안고 출발한 터였다. 그는 5번홀(파4)을 보기로 출발한 뒤 좀처럼 타수를 줄이지 못했다. 파 세이브를 이어가던 그는 후반 첫 홀인 10번홀(파4)과 16번홀(파3)에서 버디를 기록하며 기회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17번홀(파4)에서 파 퍼트를 놓쳐 60대 타수 기록에 실패했다. 그래도 마지막 18번홀(파4)을 버디로 마무리했다. 고진영은 “오늘 라운드에서 기록을 깨지는 못했지만 매 순간 매 홀 최선을 다해 타이기록을 수립한 것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며 “아쉽지만 최선을 다했다. 남은 경기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부산=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