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금메달 2연패를 노리는 한국 여자 골프팀에 비상등이 켜졌다. 최근 이민지(25·호주), 리디아고(24·뉴질랜드), 다니엘 강(29·미국) 등 한국계 선수들이 기세를 올리며 위협에 나섰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 여자골프 4인방은 올림픽을 앞두고 치러진 대회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여 메달 전선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26일(한국시간)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에서는 호주동포 이민지가 우승을 차지했다. 프랑스 에비앙레뱅의 에비앙 리조트GC에서 열린 올 시즌 네번째 메이저대회다. 이날 최종라운드에서 이민지는 샷과 퍼트감각, 멘탈 모든 면에서 완벽한 모습을 보였다. 3라운드를 단독선두로 마친 이정은(25)에게 7타 뒤져있던 이민지는 이날 버디 7개를 쓸어담으며 공동선두로 올라섰다. 연장전에서는 두번째 샷을 핀 2.5m 옆에 바짝 붙이며 승부를 압도했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컵을 품에 안으며 도쿄올림픽의 유력한 우승후보로 떠올랐다. 호주 대표로 올림픽에 나서는 이민지는 “올림픽은 리우 때부터 내 마음 속에 있는 목표다. 국가를 대표해 올림픽에 나가는게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리디아 고 역시 K-자매의 메달사냥에 위협적인 상대다. 리우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그는 한동안 부진하며 팬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하지만 지난 4월 롯데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오르며 완벽하게 부활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도 공동6위를 기록하며 올림픽을 앞두고 기세를 올렸다.

미국 대표로 나서는 세계 랭킹 6위 다니엘 강도 한국이 견제해야할 선수다. 그는 올 시즌 아직 우승은 올리지 못했지만 14차례 출전 중 톱10에 7번 이름을 올리며 꾸준한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올림픽 전 샷감을 점검하려던 한국 선수들은 다소 아쉬운 성적에 그쳤다. 여자 골프 국가대표 4인방인 박인비(33), 김세영(28), 고진영(26), 김효주(26) 중 한명도 톱10에 들지 못했다. 리우에 이어 금메달 2연패를 노리는 박인비는 1,2라운드에서 더블보기를 범하는 등 이전에 볼 수 없던 모습을 보였다. 세계랭킹 2위 고진영도 3라운드에서 5오버파를 기록하며 올 시즌 가장 나쁜 성적을 남겼다.
박인비가 26일(한국시간) 에비앙 챔피언십이 끝난 뒤 도쿄올림픽 출전을 앞둔 각오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박인비가 26일(한국시간) 에비앙 챔피언십이 끝난 뒤 도쿄올림픽 출전을 앞둔 각오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그래도 한국 선수들은 올림픽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맏언니 박인비는 대회 직후 "모든 선수가 기량을 최대한 잘 다듬어서 (올림픽에) 출전하려고 노력했을 것이고 나 역시 그랬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어 "에비앙 대회는 끝났고 이제 올림픽이라는 본 게임이 시작한다. 지금까지 준비한 것 믿고 열심히 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한국 선수단은 곧바로 한국으로 돌아와 휴식을 취한 뒤 31일 일본으로 출국한다. 도쿄올림픽 여자 골프는 다음 달 4일부터 나흘간 일본 사이타마현 가스미가세키CC에서 열린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