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실력) 집중해서 잘 봤지?”

필 미컬슨(51·미국·사진)이 익살스러운 미소와 함께 자신에게 도발한 까마득한 후배 조엘 데이먼(34·미국)에게 응수했다. 7일(한국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퀘일할로클럽(파71)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웰스파고챔피언십(총상금 810만달러) 1라운드를 마친 뒤였다. 3언더파를 친 데이먼도 잘했으나 이날 미컬슨은 필드 전체를 압도했다. 버디 8개를 잡는 동안 보기는 1개로 막으며 7언더파 64타 단독 선두로 라운드를 마쳤다.

데이먼은 한 조로 묶인 미컬슨과의 경기를 앞두고 대선배를 자극했다. 트위터에 ‘미컬슨과 라운드를 하려고 6개월간 시도했는데 그가 나를 무서워해 피한 것 같다. 챔피언스(시니어)투어 최고 선수를 상대로 내 경기력을 시험해보고 싶다’고 적었다. 1970년생으로 PGA 투어와 만 50세 이상만 참가하는 챔피언스투어를 병행하는 미컬슨의 나이를 장난스럽게 걸고넘어진 것이다.

PGA투어에서만 통산 44승을 수확한 레전드를 자극한 대가는 혹독했다. 미컬슨은 1번홀(파4)에서 티샷으로 342야드를 보내는 등 필드에서 그야말로 펄펄 날았다. 쇼트게임의 마술사라는 별명처럼 그린 주변 이득 타수에선 1.694타(13위)를 기록했다. 최근 최고 스타 선수 40여 명만 불러 구성하려는 슈퍼골프리그(SGL)의 러브콜을 받은 그는 실력으로 경쟁력을 입증했다.

미컬슨은 지난해 챔피언스투어에 진출해 2승을 거뒀으나 PGA투어에선 2019년 2월 AT&T페블비치 프로암 이후 우승 소식이 없다. 미컬슨은 “당장 우승을 생각하기보다는 오늘처럼 내일도 많은 버디를 잡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선수들의 선전도 이어졌다. 이경훈(30)은 5언더파 66타를 쳐 미컬슨을 2타 차로 뒤쫓았다. 키건 브래들리(35·미국)와 함께 공동 2위다. 그린 적중률은 55.6%에 불과했으나 10m 버디 퍼트를 넣는 등 신들린 퍼팅 실력으로 실수를 만회했다. 임성재(23)는 3언더파를 적어내 공동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