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6·미국)가 지난 2월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현장에 약병이 있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지난 10일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당시 우즈의 사고를 조사한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 보안관실은 최근 22쪽 분량의 사건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우즈가 지난 2월 23일 캘리포니아주 롤링힐스 에스테이츠 곡선 구간 도로에서 몰던 차량이 중앙 분리대를 들이받고 반대편 차선 옆 비탈에서 수차례 구른 뒤 멈춰 섰다. 당시 우즈는 제한속도가 시속 72㎞인 곡선 구간에서 140㎞로 달린 사실이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보고서에는 사고 차량 옆 덤불에서 빈 플라스틱 알약병이 들어 있는 우즈의 가방을 회수했다고 적혀 있다. 어떤 약인지 설명하는 라벨이 부착되지 않은 병이었다.

사고 당시 현장에 출동한 응급 요원은 “우즈가 캘리포니아주가 아니라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주에 있는 것으로 착각하는 상태였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앞서 경찰은 우즈가 음주나 약물을 복용한 증거가 없다면서 별도의 혈액 검사를 생략했다. 사고 조사 결과를 발표할 때 빈 약병이 발견됐다는 내용과 우즈가 보인 반응 등도 공개하지 않았다.

WP는 경찰이 우즈에게 특혜 조사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골프 황제로 불리는 우즈가 경찰 조사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WP는 “사고 세부 내용은 (경찰이) 우즈에게 특별 대우를 했다는 의혹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리 레빈슨 로욜라 로스쿨 교수는 “선출직인 LA 카운티 보안관은 여론에 특히 민감하다”며 “LA 경찰이 우즈 사고 조사에 일반 사건보다 더 많은 재량을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우즈가 과거 음주 또는 약물 복용 운전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다는 점도 이번 의혹을 더욱 키우고 있다. 우즈는 2017년 5월 처방받은 진통제와 수면제를 복용했다가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의식을 잃고 기절한 채 발견됐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