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GC 1번홀 티잉 구역. 제85회 마스터스 개막을 알리며 프레드 리들리 오거스타내셔널 회장이 리 엘더(87·미국)를 소개했다. 잭 니클라우스(81·미국), 게리 플레이어(86·남프리카공화국)와 나란히 명예 시타자(honorary starter)로 나선 것. 엘더는 건강상의 문제로 직접 시타를 하진 않았지만 드라이버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후배 골퍼들과 관중으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엘더는 마스터스 최초의 흑인 출전자다. 1975년 첫 출전에서 컷오프 한 이후 1977년부터 1981년까지 5년 연속 출전해 새 역사를 썼다. 리들리 회장은 “엘더는 ‘골프는 모든 이의 것’이라는 메시지를 준다”고 말했다. 마스터스를 주최하는 오거스타내셔널GC가 ‘백인 남성만을 위한 공간’이라는 건 이제 옛말이다. 유색인종과 여성, 어린 세대에게 개방하며 미래지향적인 클럽으로 거듭나고 있어서다.

오거스타내셔널GC는 2000년대 초반까지 여성 회원을 받지 않았다. ‘금녀의 구역’이라는 시대착오적 악명에 시달린 이유다. 오랜 시간 여성에게 문호를 개방하지 않아 비난을 샀지만 오거스타의 벽은 낮아지지 않았다.

변화의 기점이 된 것은 2012년 대회였다. 마스터스 개막식에서 IBM, 엑슨모빌, AT&T 등 3대 스폰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그린재킷을 입고 손님맞이에 나서는 것이 오랜 전통이었지만 이 대회에서 IBM의 버지니아 로메티 CEO는 핑크재킷을 입고 나왔다. 그가 여성이기 때문이었다. 성차별에 대해 거센 비난이 일면서 오거스타내셔널GC는 그해 10월 처음으로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국 국무부 장관과 달라 무어 당시 레인워터 부회장을 첫 여성 회원으로 받아들였다.

2019년부터는 여자 선수들을 위한 오거스타내셔널여자아마추어(ANWA)를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열리지 못했지만 올해 대회는 이달 초 무관중으로 마쳤다. 엄선된 선수들에게 연말 연초 초청장을 보내고 마스터스와 같은 리더보드를 활용해 ‘마스터스의 축소판’으로 불린다.

2009년에는 아시아 최고 아마추어들을 초청하는 아시아아마추어챔피언십(AAC)을 연 데 이어 남미아마추어챔피언십으로 폭을 넓혔다. 마스터스 개막 전 주에는 8~15세 어린이를 위한 ‘드라이브, 칩·퍼트 대회’를 개최한다. 더욱 다양한 골프 스타가 탄생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는 셈이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