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의 힘은 세다. 흔한 골프 모자라도 진초록색 바탕에 미국 대륙에 깃발 하나만 달랑 꽂힌 이 로고만 박히면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는 명품 대접을 받는다. 세계 최고 골프대회 마스터스토너먼트가 매년 내놓는 기념품(굿즈·goods) 얘기다.

마스터스의 굿즈는 아무나 살 수 없다. 대회장을 방문하는 패트런에게 대회 기간에만 판다. 온라인을 통해 누구나 살 수 있는 다른 대회의 굿즈와 가장 크게 차별화되는 점이다. 입장권을 4만 장만 풀어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마스터스 굿즈의 희소성은 더 올라간다.

패트런들은 굿즈를 쓸어 담는다. 연습 라운드가 열리는 월~수요일 기념품 가게를 채우고 있던 재고는 1, 2라운드가 열리는 목~금요일이면 상당수가 동나기 십상이다. 마스터스 굿즈가 이베이 등 온라인 쇼핑몰에서 웃돈이 붙어 판매되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20달러대인 모자는 100달러(약 12만원)에 거래된다.

대회를 주최하는 오거스타내셔널GC는 판매액을 공개하지 않는다. 골프업계에서는 매년 6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마스터스조직위원회는 별도 스폰서 없이 기념품과 입장권 판매 수입만으로 선수들에게 상금을 주고 행사를 치르며 수천만달러의 수익을 거둔다.

마스터스가 개막할 때마다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GC가 문을 열면 수만 명의 패트런이 입장과 동시에 기념품 매장으로 달려가는 모습은 마스터스의 열기를 보여주는 풍경 중 하나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이런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코로나19로 대회가 무관중으로 치러지면서 굿즈를 온라인으로 판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스터스의 차별화 전략은 여전했다. 입장권을 예매했던 사람에게만 구매 계정을 제공해 ‘온라인에서도 아무나 살 수 없다’는 이미지를 고수했다. 올해는 제한된 관객이 입장할 수 있어 온라인과 오프라인 판매가 병행될 예정이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