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인열전’ 마스터스 토너먼트가 8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GC(파72·7475야드)에서 막을 올린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11월로 연기돼 열렸던 마스터스는 단풍 대신 철쭉을 안고 원래 자리인 4월로 복귀했다. 5개월 만에 새로운 그린재킷의 주인공이 가려지게 된 셈이다.

되살아난 ‘유리알 그린’

다시 '유리알 그린'…4월로 복귀한 마스터스 "버디 풍년은 없다"
마스터스를 주최하는 오거스타내셔널GC는 예전의 명성을 되찾을 준비를 마쳤다. 마스터스는 원래 대회를 위해 몇 달씩 문을 닫고 코스 관리에 매진한다. 지난해에는 사상 처음 11월로 일정이 변경되면서 공을 세우기 힘든 ‘유리알’ 그린도, 잘 친 샷도 러프로 뱉어내는 딱딱한 페어웨이도 모두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늘어난 강수량으로 그린이 물러졌고 코스 관리도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매년 선수들을 괴롭히던 오거스타내셔널GC는 지난해 선수들에게 난타당했다. 우승자 더스틴 존슨(37·미국)은 20언더파 268타를 적어내 새로운 72홀 코스레코드를 썼다. 준우승을 차지한 임성재(23)는 15언더파를 기록했다. 15언더파는 최근 20년간 열린 마스터스에서 세 번을 제외하고 모두 우승하거나 연장전에 들어갈 수 있는 스코어였다.

다시 '유리알 그린'…4월로 복귀한 마스터스 "버디 풍년은 없다"
올해는 예전의 난도를 완벽히 되찾은 것으로 보인다. 오거스타내셔널GC는 지난 4일 본대회 전초전으로 마련한 오거스타내셔널 여자아마추어골프대회에서 우승자에게 언더파 스코어를 허락하지 않았다.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이 모인 대회에서 우승한 가지타니 스바사는 1오버파 217타를 친 뒤 연장전에서 간신히 우승을 차지했다.

연습 라운드를 마친 마스터스 2회 우승자 버바 왓슨(44·미국)은 “지난해 11월과는 완전히 다른 컨디션”이라며 “아직 그린이 다 마르지 않은 상태인데도 그린에 공을 세우는 데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며칠간 선선한 바람이 부는 등 날씨가 완벽하다”며 “(대회가 시작되면) 예전처럼 딱딱한 그린이 선수들을 맞이할 것”으로 내다봤다.

임성재, 아시아 최초 우승 도전

이번 대회에는 88명의 선수가 오거스타내셔널GC 잔디를 밟는다. 디펜딩 챔피언이자 세계 랭킹 1위인 존슨과 2위 저스틴 토머스(28·미국), 3위 욘 람(27·스페인) 등이 모두 출사표를 던졌다. 미국 골프채널에 따르면 토머스가 이 대회에서 우승하고 존슨이 공동 21위 이하 성적을 내면 토머스가 새로운 1위로 등극하게 된다.

‘메이저 사냥꾼’ 브룩스 켑카(31·미국)는 무릎 부상에도 일단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린 뒤 현장을 찾아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2019년 이 대회 챔피언인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6·미국)는 2월 차량 전복 사고로 불참한다. 지난해 공동 2위를 차지해 이 대회에서 아시아 출신 선수 최고 성적을 기록한 임성재와 김시우(26)도 출전한다. 김시우는 “마스터스는 골프대회 중에서도 최고로 인정받는 대회”라며 “마스터스 출전권이 없었는데, 지난 1월 아메리칸익스프레스에서 우승해 극적으로 출전하게 돼 정말 기쁘고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외국 베팅업체들은 존슨의 2연패를 예상하고 있다. 윌리엄힐은 존슨의 우승 배당률로 9 대 1을 책정했다. 래드브룩스 역시 존슨에게 8 대 1의 배당률을 내걸었다. 조던 스피스(28·미국)와 토머스, 브라이슨 디섐보(28·미국)가 10 대 1로 뒤를 이었다. 윌리엄힐과 래드브룩스는 임성재의 우승 가능성을 15~16번째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대회 시기가 4월로 돌아왔으나 개막 전날 열리던 ‘파3 콘테스트’ 등은 올해도 개최되지 않는다. 지난해 허용하지 않던 갤러리는 올해 제한적으로 받기로 했다. 갤러리는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등의 방역 수칙을 지켜야 하고 기념품을 살 때도 현금을 사용할 수 없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