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쾌·대범…'女 디섐보' 타와타나낏, 300야드 시대 열까
‘괴력의 메이저 퀸’ 등장에 골프계가 술렁이고 있다. 평균 323야드의 드라이브 샷을 앞세워 지난 4일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대회 ANA인스퍼레이션을 평정한 스물한 살의 패티 타와타나낏(태국·사진)이 주인공이다. 여자골프에선 ‘꿈의 숫자’로 여겨지던 평균 비거리 300야드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1950년대 출범한 LPGA투어에서 시즌 평균 드라이브 비거리 300야드를 기록한 선수는 지금까지 없었다. 지난해 평균 283야드를 보낸 비앙카 파그단가난(24·필리핀), 2019년 장타왕 앤 판 담(26·네덜란드) 정도가 가장 근접했던 선수다. 한국을 대표하는 장타자 김아림(26)이 이번주 1, 2라운드에서 기록한 평균 드라이브 비거리는 282야드. 같은 기간 타와타나낏은 315야드를 쳤다.

대회 3라운드 4번홀(파4)에서 최대 360야드를 날려보낸 타와타나낏의 플레이를 지켜본 미국 언론들은 “300야드 드라이브 샷은 더 이상 남성의 전유물이 아니다”며 흥분했다. 그러면서 “여자 골프에서 323야드의 평균 거리가 나왔다면 믿어지지 않겠지만 믿어야 한다”고도 했다.

타와타나낏을 아마추어 때부터 눈여겨보다 후원을 결정한 하나금융그룹의 박폴 팀장은 “멀리 치는 선수로 아마추어 때부터 정평이 나 있었다”며 “(이번 대회장의) 페어웨이가 딱딱했고 내리막 경사가 있었던 것을 고려해도 최소 260야드를 캐리로 보내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때에 따라 300야드를 칠 수 있는 선수”라고 강조했다.

타와타나낏은 주니어 시절부터 ‘장타 천재’로 통했다. 만 14세이던 2014년 열린 캘러웨이 주니어월드 2라운드에서 60타를 적어냈을 때 이미 260야드를 쳐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키가 168㎝로 크지 않다. 탄탄한 하체, 타고난 유연성을 고려하더라도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언가가 존재한다. 고덕호 고덕호PGA아카데미 원장은 이렇게 분석했다.

“타와타나낏의 스윙에는 ‘망설임’이 없다. 미션힐스CC 다이나쇼코스는 조금만 벗어나도 깊은 러프에 빠지는 곳인데 ‘빠질 테면 빠져라’라는 식으로 자신감 있게 스윙했다. 스윙의 기술적인 면만 봐도 전성기의 박성현 선수보다도 군더더기 없이 매끄럽다. 대범함은 김세영을 연상케 한다. 슈퍼스타가 탄생한 느낌이다.”

타와타나낏의 장타는 올해 초 코치로 합류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선수 출신인 그랜트 웨이트(57·뉴질랜드)를 만나면서 활짝 꽃을 피웠다. 세계 유명 교습가 50인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는 웨이트는 장타는 갖췄으나 정확성이 떨어져 주목받지 못하던 타와타나낏의 스윙을 바로잡았다. 웨이트는 선수 시절 정석에 가장 가까운 스윙을 구사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스윙은 레슨 프로그램의 비교 모델로도 쓰였을 정도다. ‘짤순이’라는 오명이 따라붙었던 PGA투어 브라이언 게이(50·미국)가 비거리를 15야드 이상 늘렸을 때도 웨이트가 뒤에 있었다.

타와타나낏은 “전에는 멀리 치긴 했지만 말 그대로 멀리 높게만 치는 선수였다. 지금처럼 정확하진 않았다”며 “근육량이 늘었고 스윙을 손본 덕분에 지난해보다 아무리 못해도 15야드 이상 거리가 늘어난 것 같다. 두려움이 없이 공격적으로 스윙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