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재킷’을 흔들며 우승을 즐긴 시간이 5개월뿐이었지만 그래도 마스터스 챔피언이었음에 감사한다.”

오는 9일 개막하는 마스터스 토너먼트를 앞두고 지난해 우승자 더스틴 존슨(37·미국)이 최근 밝힌 소회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대회가 11월로 연기돼 열린 탓에 챔피언 자리를 5개월밖에 누리지 못한 아쉬움을 나타낸 것이다.

존슨이 흔들었다는 ‘그린 재킷’은 마스터스 우승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의 상징이다. 강렬한 이미지와 전통 덕분에 그린 재킷은 마스터스를 넘어 골프 자체를 상징한다.

그린 재킷은 원래 마스터스 주최자인 오거스타GC 회원들이 입는 유니폼이었다. 마스터스를 관전하기 위해 찾아온 갤러리들이 궁금한 점을 물어볼 수 있는 사람을 찾기 쉽도록 1937년부터 기존 회원들에게 녹색 상의를 입히기 시작했다. 우승자에게 그린 재킷이 주어진 것은 1949년 샘 스니드(미국)가 우승했을 때부터다. 오거스타는 새 전통을 만들면서 앞서 우승한 9명에게도 재킷을 선물했다. 이른바 ‘오리지널 텐’이다.

처음에는 미국 뉴욕의 양복점 ‘브룩스 브러더스’에서 제작했지만 1967년부터는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 있는 해밀턴양복점에서 납품하고 있다. 제작 단가는 250달러(약 28만원) 선. 하지만 실제 그린 재킷의 가치는 원가가 무의미할 정도다. 1934년과 1936년 우승자인 허튼 스미스의 재킷은 2013년 경매에서 68만2000달러(약 7억6909만원)에 팔렸다. 골프 관련 기념품 중 가장 비싼 낙찰가다.

스니드 이후 마스터스 우승자에게 전년도 우승자가 재킷을 입혀주는 것이 관행이 됐다. 2년 연속 우승하면 오거스타 회장이 입혀준다. 역대 최다 우승 기록을 보유한 잭 니클라우스가 1966년 사상 최초로 마스터스 2연패를 달성하면서 새롭게 추가된 규정이다.

그린 재킷은 외부 반출이 허용되지 않는다. 회원이라도 재킷을 골프장 밖으로 가져갈 수 없다. 마스터스 우승자에 한해 집으로 가져갈 수 있지만 그마저도 1년 뒤에는 반납해야 한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