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신인’ 패티 타와타나낏(21·태국)이 최대 360야드를 보내는 괴력으로 경쟁자들을 압도했다.

4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 미라지의 미션힐스CC(파72·6763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ANA인스퍼레이션(총상금 310만달러) 3라운드에서다. ‘브라이슨 디섐보’급 장타를 장착한 그는 버디 7개를 낚아채는 동안 보기는 2개로 막아 5타를 줄였다. 사흘 합계 14언더파 202타를 친 타와타나낏은 5타 차 단독 선두로 나섰다.

그는 “파4홀에서 (두 번째 샷을 할 때) 9번 아이언보다 긴 클럽을 잡은 기억이 없다”며 “퍼팅까지 잘됐다. 모든 게 잘됐던 하루”라고 자평했다.

최대 360야드 장타로 경쟁자 압도

평균 348야드의 비거리는 여자는 물론 남자 투어에서도 좀처럼 보기 힘든 숫자다. LPGA투어에 따르면 그는 이날 4번홀(파4)에선 360야드를 보냈다. 날씨가 더웠고 뒷바람이 불었으며 페어웨이가 딱딱했던 것을 고려하더라도 눈에 띈다. 사흘간 기록한 평균 드라이브 비거리도 326야드에 달한다. 올해 LPGA투어 장타 2위에 올라 있는 해나 그린(25·호주)은 사흘 평균 285야드를 기록했다.

이날 타와타나낏과 함께 경기한 중국의 펑산산(32)은 3번홀(파4·443야드)에서 티샷으로 280야드를 보내고도 타와타나낏이 친 공의 62야드 뒤에서 두 번째 샷을 준비했다. 타와타나낏이 티샷으로 342야드를 보냈기 때문이다. 펑산산은 “타와타나낏은 정말 엄청난 선수”라며 “따라잡기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올해 평균 드라이브 비거리 9위(268.1야드)에 올라 있는 타와타나낏은 “대학 1학년 때만 해도 (대학리그에서) 가장 멀리 치는 선수였는데 지난해에는 살이 빠지면서 비거리가 조금 줄었다”며 “올해 근육 양이 늘어서 그런지 작년보다 15야드 정도 더 멀리 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까지 거둔 성적을 잊고 내일을 준비하겠다”며 “(3라운드) 막판에 가서 피곤함을 느꼈기 때문에 내일까지 지금의 경기력을 유지하는 게 내게 남은 목표”라고 설명했다.

고진영·박인비, 세계 1위 놓고 경쟁

지난해 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하나금융그룹과 후원 계약할 정도로 잠재력을 인정받은 타와타나낏은 데뷔 2년 만에 LPGA투어 역사에 이름을 남길 기세다. 우승하면 1984년 줄리 잉스터 이후 37년 만에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우승한 신인 선수로 이름을 올린다.

타와타나낏은 지난해 1부 투어에 올라왔으나 코로나19 때문에 시즌이 단축돼 올해도 신인 자격을 유지했다. 최종 라운드에서 6타 이상을 줄이면 1999년 도티 페퍼를 넘어 대회 최소타 우승 신기록을 쓰게 된다.

타와타나낏 뒤에선 세계랭킹 1위를 놓고 고진영(26)과 박인비(33)의 싸움이 한창이다. 3라운드까지 7언더파를 친 세계 2위 박인비(33)가 공동 5위, 6언더파를 기록한 세계 1위 고진영(26)이 공동 7위에 이름을 올렸다. LPGA투어에 따르면 박인비가 단독 2위로 대회를 마치고 고진영이 단독 10위 이하로 밀리면 박인비가 2년9개월 만에 1위를 탈환하게 된다. 고진영은 2019년 10월 이후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다.

이날 4타를 줄여 공동 2위로 올라선 ‘디펜딩 챔피언’ 이미림(31)은 2년 연속 역전 우승을 노린다. 사흘 합계 9언더파를 친 이미림은 타와타나낏에게 5타 모자란 공동 2위로 3라운드를 마쳤다. 그는 지난해 최종 라운드에서 2타 차 열세를 뒤집고 연장 접전 끝에 역전 우승했다.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2년 연속 우승한 선수는 ‘레전드’ 안니카 소렌스탐(2001·2002년)이 유일하다. 이미림은 “오늘(3라운드)처럼 내일도 많은 버디를 잡아보겠다”고 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