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난 줄 알았던 한국 남자골프의 간판 경쟁이 다시 불붙었다. ‘골프 천재’ 김시우(26)가 3년8개월 만에 침묵을 깨면서다. 김시우는 25일(한국시간) 끝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에서 최종 합계 23언더파 265타로 우승했다. 지난주 96위였던 세계랭킹은 48위로 수직상승했다.

이 덕분에 김시우는 세계랭킹 73위 안병훈(30)과 95위 강성훈(34)을 제치고 한국 내 ‘올림픽 골프랭킹’ 2위로 올라섰다. 세계랭킹 17위인 임성재(23)가 올림픽 랭킹 1위다. 도쿄올림픽 출전권은 국가별로 세계랭킹 상위 2명(15위 이내면 최대 4명)에게 주어진다. 도쿄올림픽이 예정대로 열린다면 현재 기준으로 임성재와 김시우가 출전하게 된다. 두 선수 모두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면 병역의무를 면제받게 돼 제약 없이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게 된다.

이번주 김시우의 가장 큰 수확은 자존심을 회복했다는 점이다. 그는 임성재에 앞서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한 ‘골프 천재’였다. 2012년 17세5개월의 나이로 PGA투어 퀄리파잉스쿨을 최연소로 통과했을 때만 해도 국내에 그의 경쟁자는 없었다. 2017년 5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으로 그의 시대가 열리는 듯했으나 이후 긴 침묵이 이어졌다. 그 사이 PGA투어 신인상, 혼다클래식 우승, 마스터스 동양인 최초 준우승을 차지한 임성재가 치고 올라오면서 김시우의 존재감이 옅어졌다.

김시우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지난해 대회를 끝으로 만료됐던 마스터스 출전 자격도 연장했다. 오는 4월 미국 애틀랜타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내셔널GC에서 개막하는 마스터스 출전권을 확보한 한국 선수는 이날 기준으로 김시우와 임성재 둘뿐이다. 장타보다는 아이언 샷의 정확성이 중요한 오거스타내셔널GC에서 김시우와 임성재 모두 충분히 우승할 수 있는 선수로 꼽힌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