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나는 “골프로 받은 스트레스를 그림이나 춤으로 푼다”고 했다. 경기 용인에 있는 집 거실 벽은 직접 그린 그림으로 채워져 있다. 장하나가 자신의 그림에 담긴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조희찬 기자
장하나는 “골프로 받은 스트레스를 그림이나 춤으로 푼다”고 했다. 경기 용인에 있는 집 거실 벽은 직접 그린 그림으로 채워져 있다. 장하나가 자신의 그림에 담긴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조희찬 기자
장하나(29)의 꾸준함은 상금이 말해준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누적 상금은 47억5391만원으로 역대 1위다. 정규 투어에 데뷔한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쌓은 10년간 성과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주력한 2015~2016년을 제외하면 매년 상금으로만 약 6억원을 번 셈이다. 성적에 비례해 책정하는 후원사 계약금을 포함하면 연매출 10억원이 넘는 ‘움직이는 중소기업’이다.

30대를 바라보는 그의 시간은 거꾸로 흐르고 있다. 상금 쌓기에 가속도가 붙었다. 2년 전 11억5772만원을 모았고, 코로나19 사태로 파행 운영된 지난 시즌에도 6억2449만원을 챙겨 상금랭킹 3위를 기록했다. 최근 경기 용인의 집에서 만난 장하나는 지하 창고에 마련한 연습 공간에서 훈련 중이었다. 그는 “근력 운동을 게을리하면 뒤처질 수밖에 없다”면서 “꾸준히 훈련한 덕분에 6~7년 전과 똑같이 거리가 나간다고 코치님이 말하더라”며 웃었다.

KLPGA투어 13승(LPGA투어 공동개최 대회 1승 포함), LPGA투어 5승을 보유한 장하나의 성공 배경에는 철저한 자기관리가 있다. 아버지 장창호 씨(70)는 “하나가 외동딸인데, 친구들도 만나고 쉴 수 있는 비시즌에 한 번도 일찍 들어오라고 한 적이 없다”며 “자체 통금시간을 오후 10시로 정해 꼭 귀가하고 아침엔 연습장에 간다”고 전했다.

“친구들과 1박2일 여행을 간 것도 스물다섯 살 때가 처음이었어요. 골프 선수로서 성공하려면 20대에는 즐거워선 안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아이언은 장하나의 꾸준한 경기력을 뒷받침해주는 무기다. 지난해 그린 적중률은 79.77%로 전체 2위였다. 정확하기도 하지만 KLPGA투어에서 페이드와 드로샷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몇 안 되는 선수다. 장하나는 “국내에선 똑바로 멀리 치라고 배웠는데, 미국에선 똑바로 치는 선수가 하나도 없더라”며 “상황에 따라 페이드와 드로 구질을 자유자재로 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장하나의 또 다른 ‘롱런’ 비결은 프로 의식이다. 자신을 후원하는 기업엔 그 이상의 홍보 효과를 돌려줘야 한다고 믿는다. 자신을 홍보 채널로 사용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SNS를 열심히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장하나는 “후원사들의 브랜드를 널리 알리는 것도 내 의무”라며 “비시즌에는 SNS를 통해서라도 꾸준히 후원사를 홍보하려 한다”고 했다.

통통 튀는 성격의 장하나를 따라다니는 ‘악플러’도 많다. 악성 댓글에 가끔 상처도 받지만 그는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 챙기기도 바쁘다”며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지난해에는 한 번 우승했는데 관중과 함께 경기했으면 훨씬 더 나은 성적을 낼 수 있었을 것 같아요. (2년 전 우승한) BMW레이디스 챔피언십 때와 같은 함성이 그립습니다.”

KLPGA투어 통산 상금에서 2위 고진영(33억3606억원)보다 10억원 넘게 앞서 있는 장하나의 남은 목표는 투어 최다승이다. 이 부문 1위인 구옥희(20승)보다 7승이 부족하다. 현재 262만달러(약 28억7000만원)인 미국 투어 상금을 더해 한·미 통산 누적상금 100억원을 넘기는 것도 그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다. 장하나는 “지금의 경기력을 최대한 오래 유지해 정점에서 은퇴하고 싶다”며 “올해도 준비를 잘해 2승 이상의 성적을 내보겠다”고 힘줘 말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