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환 코치 "기술적인 부분 더 보완하면 아림인 美무대에서 통할 것"
“아림이가 지금처럼 천천히 계단을 오르듯 성장한다면 미국에서도 충분히 통할 거라고 봅니다.”

지난해 12월 김아림(26)의 US여자오픈 우승을 이끈 일등 공신 김기환 스윙코치(32·사진)의 말이다. 경기 용인의 한 골프연습장에서 만난 그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진출을 선언한 애제자의 성공을 확신했다. 김 코치는 “골프 팬들도 잘 알듯 아림이는 하드웨어가 훌륭한 선수”라며 “기술적인 부분만 더 보완해 나간다면 세계 무대에서도 통할 것”이라고 했다.

김 코치는 김아림의 미국 경기 모습을 TV 중계로 보면서 메신저로 조언을 해줬다. 기술적인 부분과 함께 경기 운영 방법 등을 알려줬다. ‘코스를 넓게 써라’ ‘비거리가 기니까 티샷을 꼭 드라이버로 할 필요가 없다’ 등이 그가 건넨 조언이다. 대회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오버’됐던 백스윙의 범위를 잡아준 것도 김 코치였다. 그는 “아림이와 ‘오버 스윙을 하지 않는 것’을 최종 라운드 목표로 약속했다”고 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지난해 6월 시작됐다. 극심한 슬럼프에 빠져 자신에게 맞는 코치를 찾던 김아림이 먼저 연락했다고 한다. 김아림은 전화를 건 당일 레슨을 요청했고, 김 코치는 흔쾌히 응했다. 김 코치의 골프 철학은 확고하다.

“모든 선수에겐 장점이 있는데 그걸 유지해야 그 선수만의 무기가 생긴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당시 아림이의 머릿속엔 자신의 스윙 메커니즘이 하나도 정리되지 않은 상황이었죠. 아림이의 장점은 그대로 살려두면서도 단점은 제거해 보완하는 작업이 필요했어요.”

김 코치는 한국프로골프(KPGA) 정회원 자격을 얻은 지 얼마 안 돼서 허리 부상으로 선수의 꿈을 접었던 아픔이 있다. 이 때문에 슬럼프에 빠진 선수들의 심리를 누구보다 잘 안다. 최근 선수들 사이에서 ‘공감 잘해주는 코치’로 입소문이 나면서 제자가 급격히 늘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이소영(24), 부활을 노리는 백규정(26) 등도 최근 김기환 사단에 합류했다. 김 코치는 “슬럼프에 빠진 선수들이 제 기량을 되찾고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