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영이 경기 용인의 한 골프연습장에서 가장 좋아하는 클럽인 드라이버를 들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조희찬  기자
이소영이 경기 용인의 한 골프연습장에서 가장 좋아하는 클럽인 드라이버를 들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조희찬 기자
“골프 선수가 되고 처음 맞는 ‘소의 해’인데 올해는 다르겠죠.”

1997년생 소띠인 이소영이 올해는 ‘홀수 해’와의 악연을 끊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2016년 데뷔한 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꾸준히 우승후보로 언급되는 이소영은 통산 5승을 모두 짝수 해에 신고했다. 첫승은 1부 투어에 데뷔한 2016년에 올렸고, 3승으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낸 해도 2018년이다. 지난해는 1승을 포함해 4억1141만원을 벌어 상금 순위 9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지난해 말 경기 용인의 한 연습장에서 만난 이소영은 “조금씩 기부를 해왔는데 짝수 해에 (기부액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올해엔 꼭 우승해 기부도 많이 하고 싶은데 이왕이면 메이저대회에서 시즌 첫승을 올렸으면 좋겠다”며 활짝 웃었다.

올해도 자처한 해남 ‘지옥훈련’

이소영은 목표 달성을 위해 ‘지옥 훈련’으로 유명한 해남행을 자처했다. 정상욱 트레이너가 운영하는 해남 트레이닝 캠프는 골프 선수들의 ‘전지훈련 메카’로 불린다. 한겨울에도 영상인 따뜻한 날씨, 잘 짜인 훈련 프로그램 덕분이다. 최근에는 ‘핫식스’ 이정은(25)이 매년 여기서 훈련하는 것으로 소문이 나면서 부모 손에 이끌려 오는 주니어 선수도 있다. 하지만 하루 종일 이어지는 강도 높은 훈련 때문에 선수들이 재방문을 꺼리는 곳이다. “지긋지긋했던 스윙 연습 시간이 해남에 가면 ‘쉬는 시간’으로 느껴진다”고 할 정도다.

하지만 이소영은 지난해 3주였던 훈련기간을 올해는 4주로 늘렸다. 지난해 상반기에만 우승을 포함해 ‘톱10’에 여덟 번 들었지만, 하반기 들어 체력이 달리면서 성적도 급격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US여자오픈에도 출전할 수 있었으나 스스로 “승산이 없다”고 판단해 불참했다.

이소영은 “훈련 첫날부터 100개 계단을 전력 질주로 오르내리기를 반복한다”며 “그 다음엔 오르막길을 전력 질주로 오른다”고 전했다. 물론 웨이트 트레이닝을 위한 시간은 따로 있다. 그는 “입소 후 처음 1주일은 힘들어서 제대로 걸어다니지도 못한다”며 “지난해 막판 체력이 부족하다고 느꼈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훈련 기간을 늘렸다”고 했다.

새해에도 비거리 늘려 ‘공격 골프’

강도 높은 체력 훈련의 배경에는 비거리 욕심도 있다. 그는 파5 홀에서 안전한 3온보다 공격적으로 2온을 시도하는 선수다. 지난해 평균 드라이브 비거리는 245.2야드(16위)로 준수한 편. 하지만 데뷔 첫해(252.3야드·당시 5위)와 비교해선 조금 떨어졌다.

이소영은 “비거리를 신경 쓴다”며 “웬만해선 드라이버를 잡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버지가 끝까지 아들을 갖고 싶어 하다 막내인 나를 낳았다고 들었는데, 그래서인지 남자처럼 공격적인 플레이 성향이 있는 것 같다”며 미소 지었다.

이소영의 공격적인 플레이는 갤러리한테 인기가 많다. 2년 전만 해도 골프장에 가면 이소영은 갤러리가 많이 따르는 선수 중 하나였다. 그는 “갤러리가 보는 앞에서는 나도, 경쟁자도 적당한 긴장감 속에서 경기한다”며 “지난해에는 갤러리의 환호성이 없어 경기의 재미가 반감됐다. 올해는 달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