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 "올림픽 성취감 매우 값져…도쿄行 꼭 이룰 것"
“스포츠의 정점은 올림픽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꼭 다시 해보고 싶은 경험이에요.”

4개의 메이저대회 타이틀과 올림픽 금메달을 모두 보유한 세계 최초 ‘골든 그랜드슬래머’ 박인비(33·사진)는 새해 목표를 올림픽 2회 연속 출전으로 세웠다며 이같이 말했다. 1일 전화 인터뷰에서다. 미국에서 귀국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조치에 따라 자가격리 중인 그는 5년 전 올림픽에서의 추억을 떠올리며 “‘우리나라를 위해 무언가 했다’는 성취감을 강하게 느낄 수 있는 게 올림픽의 매력인 것 같다. 4년마다 돌아오는 올림픽에서 거두는 성과는 그 어느 메이저대회 우승보다 사람들의 기억에 많이 각인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후배들 너무 잘해…‘출전’이 목표”

박인비는 2016년 8월 열린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최종합계 16언더파 268타를 쳐 우승했다. 116년 만에 다시 열린 여자골프 종목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 경기력이 하향세로 돌아섰다는 평가에 손가락 부상까지 그를 괴롭혔지만 보란 듯이 이겨냈다. 박인비는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처음 목에 건 금메달의 느낌은 아직도 생생하다”며 “당시엔 나는 물론 한국에 있는 가족도 주변에서 축하 인사를 받을 정도로 반응이 엄청났다”고 말했다.

세계랭킹 3위인 박인비는 오는 7월 개막하는 도쿄올림픽의 골프 종목 출전권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세계랭킹에서 한국 선수 중 상위 4명 안에 들어야 하는데, 한국 내 ‘올림픽 랭킹’ 4위인 김효주(26·세계 9위)와의 격차가 꽤 크다. 그런데도 2회 연속 출전을 목표로 세운 건 겸손함 때문만은 아니다. 박인비는 “골프에서 한국을 대표해 올림픽 대표로 나서는 건 양궁만큼이나 어려운 것 같다”며 “워낙 후배들이 쟁쟁해 올림픽 출전권이 결정되는 날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방심하면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고 했다.

후배들 중에선 세계 1위 고진영(26), 2위 김세영(28)이 눈에 띈다고 했다. 박인비는 “고진영과 김세영이 요새 가장 ‘핫’하지 않으냐”며 “실력의 차원이 다르다고 생각될 정도로 경기력이 탄탄하다”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매주 컨디션에 따라 잘하는 선수가 바뀌지만 고진영과 김세영은 항상 그런 선수들을 상대로도 이긴다는 자신감이 있는 것 같다”며 “아무에게나 오는 순간이 아니다”고 했다.

“코로나 위기 가족과 이겨내”

1988년생인 박인비는 어느덧 한국 선수 사이에서 ‘고참’으로 분류되는 나이다. 그도 한때 은퇴를 고민한 적이 있다. 그때마다 그를 다잡은 이가 남편 남기협 씨(40)다. 박인비는 코로나19 사태로 예고 없이 변하는 투어 일정 탓에 지난해 한국과 미국을 수차례 오갔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격리 생활을 하면서도 1승을 포함해 상금 3위로 시즌을 마칠 수 있었던 건 “남편의 내조 덕분”이라는 게 박인비의 말이다. 박인비는 “격리 생활도 항상 함께해 외로움을 훨씬 덜 느꼈다”며 “항상 고마운 존재”라고 했다.

처음 스윙 코치로 인연을 맺은 남씨는 2014년 박인비와 결혼했다. 지난해 두 차례 캐디로 나서 박인비를 보좌하기도 했다. 박인비는 “남편이 캐디로 나서는 걸 남편도 나도 두려워했는데 함께 호흡을 맞춰보니 생각보다 잘 맞았다”며 “언제든 비상 상황이 생기면 캐디백을 맡기려 한다”고 털어놨다.

박인비는 남씨만큼이나 오랜 인연인 KB금융그룹과도 ‘롱런’ 중이다. KB는 박인비가 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던 2013년부터 박인비의 모자 앞자리를 채워주고 있다. 박인비는 “KB라는 기업 브랜드가 주는 믿음이 있다”며 “그런 브랜드 가치에 부응하기 위해 새해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