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지(26), 리디아 고(23·뉴질랜드), 에리야 쭈타누깐(25·태국), 스테이시 루이스(35·미국).

메이저대회 2승씩을 챙긴 ‘멀티 메이저 챔프’들이다. ‘무관’ 사슬을 끊고 부활을 노리고 있다는 것도 닮았다. 한때 여자골프계를 지배했던 ‘왕년의 챔프’들이 13일 영국 스코틀랜드 노스베리크의 더르네상스클럽(파71·6427야드)에서 개막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레이디스 스코틀랜드 오픈(총상금 150만달러)에 모두 얼굴을 드러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가져온 오랜 공백이 부진 흐름을 끊어줄 구원의 동력으로 작용할지가 관심이다.

이들은 코로나19 감염 위험에도 영국까지 건너가는 것을 감수했다. 멈춰버린 우승 시계를 다시 살리는 일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스코틀랜드는 이날까지 약 1만9000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사망률도 13.1%에 달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축에 속한다. 이 때문에 여자골프 세계랭킹 ‘톱10’ 중 7명이 이번주 결장했다.

닮은꼴 부진 사슬 누가 먼저 끊을까

남녀골프 역대 최연소(만 17세) 세계랭킹 1위 기록 보유자인 리디아 고가 부활 고지에 가장 가까이 갔다. 그는 지난 10일 끝난 마라톤클래식 최종라운드에서 2018년 4월 메디힐챔피언십 이후 2년4개월 만의 우승을 다 잡았다가 내줬다. 한때 5타 차로 리드했으나 마지막 5개 홀에서 4타를 잃고 처참하게 무너졌다. 결국 우승컵을 재미동포 대니엘 강(28)에게 내주며 준우승에 그쳤다. 아쉬움이 짙었지만 세계랭킹을 41위로 끌어올린 것은 고무적이다. 그는 “긍정적인 면이 더 많다. 자신감이 높아졌다”고 했다.

전인지는 2018년 10월 인천에서 열린 하나은행챔피언십 이후 약 2년 만의 우승에 도전한다. ‘톱10’을 넘지 않았던 세계랭킹은 현재 62위까지 추락한 상태. 하위권으로 떨어진 샷 정확도, 퍼팅 능력, 평균 비거리를 최상위급으로 한 번 더 끌어올리는 게 필요하다. 코로나 이후 출전한 2개 대회에서 모두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전인지는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겠다”고 했다.

전 세계랭킹 1위 쭈타누깐도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처음으로 출전했다. 공교롭게도 그의 마지막 우승인 통산 10승째가 2018년 7월 이 대회에서 나왔다. 고진영(25), 박성현(27), 박인비(32), 김세영(27), 김효주(25), 유소연(30) 등 ‘K골프’ 강자가 대거 불참자 명단에 오른 건 호재다.

약 3년 전 열린 캄비아포틀랜드클래식이 마지막 우승 대회였던 ‘엄마골퍼’ 루이스도 재기를 노린다. 한때 1위였던 세계랭킹은 부상 등으로 96위까지 떨어진 상태. 하지만 지난주 마라톤클래식에서 공동 9위에 오르며 우승 가능성을 높였다.

진격의 대니엘 강 3연승 도전

대니엘 강은 이번주 3개 대회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그는 지난달 열린 드라이브온 챔피언십과 이달 초 끝난 마라톤클래식에서 연달아 우승했다. 가장 최근 3개 대회 연속 우승 기록은 쭈타누깐(2016년 5월)이 보유하고 있다. 최다 연승은 낸시 로페스(1978년)와 안니카 소렌스탐(2005년)이 달성한 5연승(출전 대회 기준)이다.

변수는 익숙하지 않은 링크스 코스에서 열린다는 점이다. 바닷바람이 세고 예고 없이 비바람이 몰아닥친다. 그는 LPGA와의 인터뷰에서 “배울 점도 있고 또 테스트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재미있을 것이다. 내 경기력을 믿고 도전하는 자세로 경기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