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규. 사진=뉴스1
김민규. 사진=뉴스1
김민규(19)가 ‘KPGA 오픈 with 솔라고CC’에서 쓴 퍼터의 바닥(사진)은 녹이 슬어 있었다. 솜털이 송송한 10대 소년은 낡은 이 퍼터로 대회 내내 버디 26개와 이글 1개를 잡아냈고, 19일 최종 라운드에선 우승까지 할 뻔했다. 단독 선두로 출발한 그는 2차 연장전에서 아쉽게 패해 준우승을 차지했다.

김민규는 “퍼트가 잘 떨어지지 않아 고민이 많았는데 최경주 선배(50)가 준 퍼터를 들고 나온 뒤로 성적이 좋아졌다”며 “최경주 선배가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대회에서 우승할 때 썼던 퍼터라서 그런지 그린에 올라가면 기를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최경주 선배 퍼터로 氣 받았어요"
김민규와 최경주의 인연은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등학교 때부터 열 번 대회에 나가면 여덟 번은 우승을 거두던 김민규의 어려운 가정형편을 들은 최경주 재단이 지원을 하기 시작한 것. 최경주는 재단을 통해 프로에게 배우는 원포인트 레슨은 물론 해외 전지훈련 등을 지원했다. 최경주가 국내에 들어올 땐 직접 김민규를 가르치기도 했다. 김민규는 “왼쪽 엄지손가락을 최대한 클럽에 붙이는 그립의 중요성을 깨달은 것도 최경주 선배 덕분”이라고 했다.

최경주의 연습생 동기인 이경훈 코치가 김민규와 팀을 이룬 것도 이때다. 이경훈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10승 김세영(27)과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전관왕을 차지한 최혜진(21) 등을 지도하고 있다.

김민규는 “코치님이 최경주 선배에게 받아놨던 퍼터를 제가 또 물려받았다”며 “지난주 군산CC오픈에서 준우승을 거둔 것도 이 퍼터 덕분”이라고 했다. 이어 “그립이 낡아 지난주에 교체한 것 빼고는 그대로”라며 “스승처럼 따르는 최경주 선배가 옆에 있는 듯한 느낌이어서 앞으론 더 좋은 성적을 낼 것 같다”고 말했다.

태안=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