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세계 골프계의 관심 속에 개막한 KLPGA챔피언십은 ‘한국 방역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전시장을 방불케 했다. 이중 발열 체크, 워크 스루 살균 등이 긴장감 속에 이뤄졌고, 취재 지역도 지정 공간으로 제한됐다. 왼쪽부터 장하나, 박성현, 배선우. /양주=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14일 세계 골프계의 관심 속에 개막한 KLPGA챔피언십은 ‘한국 방역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전시장을 방불케 했다. 이중 발열 체크, 워크 스루 살균 등이 긴장감 속에 이뤄졌고, 취재 지역도 지정 공간으로 제한됐다. 왼쪽부터 장하나, 박성현, 배선우. /양주=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기약 없는 연습이 무의미하다고 느낄 때쯤 대회가 열렸네요. 다시 살아난 느낌이에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올해 첫 대회 KLPGA챔피언십(총상금 30억원·우승상금 2억2000만원)에 출전한 배선우(26)는 한껏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 14일 경기 양주 레이크우드CC(파72·6540야드)에서 열린 이 대회 1라운드에서 배선우는 5언더파를 쳐 공동 선두로 대회를 시작했다. 코스 입장 전 체온 검사를 하고 미디어센터에 들어설 때 또 한 번 체온을 쟀다는 그의 표정에서 귀찮은 기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

현재 일본이 주무대인 그는 “우리 안전을 많이 신경 써주는 느낌”이라며 “일본 선수들이 대회를 연다는 것 자체를 부러워하더라. 말로 할 수 없는 자부심이 생긴다”고 했다. 또 “첫 홀을 시작할 때 박수 소리가 나오지 않아 어색했다”며 “그린으로 공을 치면 결과가 어땠는지 주로 갤러리 반응을 보고 파악했는데 오늘은 그러지 못했다. 갤러리의 소중함을 느낀 날”이라고 했다.

이중 삼중 ‘철통 방역’…외신들 ‘굿잡!’

KLPGA챔피언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이후 세계에서 처음 열린 프로골프투어 대회. 그래서인지 KLPGA는 이례적으로 이날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로이터, AP, AFP 등이 현장을 찾았고 뉴욕타임스 등 주요 외신도 앞다퉈 KLPGA챔피언십을 다뤘다. 투어에 따르면 이날까지 취재 신청을 한 국내외 언론사만 91개다.

KLPGA투어가 여러 겹으로 설치한 ‘방역’은 전시를 방불케 했다. 한 외신은 ENG카메라를 세워놓고 미디어센터에 입장하는 기자들의 모습을 한참 촬영했다. 투어는 카메라 기자들이 취재할 수 있는 홀도 1번홀, 10번홀 두 개 홀로 제한했다.

관계자는 물론 선수들도 문진표를 작성하고 체온을 쟀고 ‘워크 스루’ 방식 자외선 살균기를 거쳐 선수 라운지에 입장했다. 때론 긴 줄이 만들어지기도 했으나 싫은 기색을 보이는 이는 없었다. 한 대회 관계자는 “땡볕에 줄을 서다 체온이 발열 기준 온도인 37.5도를 넘어 놀랐다”며 “재측정에서 기준치 아래로 내려가 다행히 입장할 수 있었다”고 했다. 캐디는 초여름 날씨에 마스크를 코스 안에서도 벗지 못하고 18홀을 걸었다.

선수들 이구동성 “감사합니다”

선수들은 식사를 할 때도 1인용 식탁에 혼자 앉아 밥을 먹었다. 대부분 불만보다는 신기하다는 반응이었다. 한 선수는 “(식탁들이 떨어져 있고) 앞만 보고 식사를 해 선생님만 있었다면 학교 분위기가 났을 것 같다”고 웃었다.

선수들은 입을 모아 ‘고마운 마음’을 투어 측에 전했다. 이날 가장 먼저 18홀 경기를 끝낸 오지현(24)은 “마스크를 쓴 캐디와 대화하는 게 힘들었다. 장갑을 낀 손으로 클럽을 건네받을 때도 어색했다”며 “하지만 챔피언십이 열려 6개월 만에 경기에 나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신인’ 김유빈(22)은 “첫 국내 대회 데뷔를 의미 있는 곳에서 하게 돼 영광”이라며 “대회를 열어준 모든 관계자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2016년 이 대회 우승자인 배선우는 보기 없이 버디만 5개를 낚아채며 결점 없는 플레이를 펼쳤다. 5언더파 67타로 김자영(29), 현세린(19)과 함께 공동 선두로 대회를 시작했다.

양주=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