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가 쓰는 브랜드, 골프백에 담자"
판 뒤흔드는 '게임 체인저'로

골프존마켓 1분기 판매 조사
골프클럽 '관용성'이 키워드
"정타 아니어도 똑바로 멀리"
한국 골프용품 시장 '타이거 홀릭'

‘타이거 공과 핑 드라이버 그리고 보키 웨지, 오디세이 퍼터….’

골프백을 한 번 들여다보자. 마련한 용품이 이런 구색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면, 당신은 대세에 제대로 올라탄 한국의 평균적 주말골퍼다. 롱게임 클럽에선 비거리보다 관용성에 좀 더 눈길이 가며, 쇼트게임 장비에선 전통의 명가 브랜드에 의존하는 ‘애버리지(average) 골퍼’의 전형이다.

주말골퍼 홀린 ‘오비 안 나는 채’

한 가지 더. ‘타이거 홀릭’이다. 한국경제신문이 골프존마켓에 의뢰해 지난 1분기(1~3월) 주요 골프용품 판매 추이를 들여다본 결과 타이거 우즈는 국내 골프시장을 광범위하게 지배한 것으로 분석됐다. 골프존마켓 관계자는 “우즈가 지난해 마스터스토너먼트에서 완벽하게 부활한 뒤 테일러메이드 클럽과 브리지스톤 공 등 ‘타이거 굿즈’의 인기가 폭발했다”며 “우즈는 시장의 게임 체인저”라고 말했다.

골프존마켓은 국내 오프라인 골프용품 시장점유율(20%) 1위 업체다. 골퍼들의 자유 구매 비중이 높은 이 회사는 지난해 전국 56개 매장에서 사상 최대인 130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1분기는 연간 골프용품 매출의 약 35%를 차지해 한 해 농사의 시험대로 불린다.

국내 골퍼들은 드라이버, 우드, 유틸리티 등 롱게임용 클럽을 고르는 최우선 기준을 ‘관용성’에 뒀다. 스위트스폿에 정확히 맞지 않더라도 똑바로, 멀리 가게 설계된 클럽이 인기를 끈 것이다. ‘최혜진(22·롯데) 드라이버’로 알려진 핑의 G410은 1분기 매출(수량 기준) 1위로 조사됐다. 테일러메이드 심(SIM), 브리지스톤 J817이 그 뒤를 이었다. G410은 우드와 유틸리티에서도 가장 많이 팔린 모델로 등극했다. 차효미 핑골프 차장은 “이전 모델인 G400부터 ‘오비(OB) 없는 채’라는 입소문이 돌면서 인기몰이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핑이 활짝 열어젖힌 관용성 시장에 다른 메이커들도 가세했고, 역시 먹혔다. 테일러메이드의 신제품 심은 우드 분야 3위, 유틸리티 4위라는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한 전문 피터는 “아마추어 골퍼들은 스윙 일관성이 부족해 클럽별로 세팅된 최대 거리를 못 내는 것이 보편적인 데다, 클럽들의 비거리 경쟁이 어느 정도 한계에 가까워졌다고 보는 시각도 많아졌다”며 “쉽게 칠 수 있는 클럽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아이언 부문에선 지은희(35·한화큐셀)가 지난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다이아몬드 리조트 토너먼트 우승 때 들었던 미즈노 JPX919가 1위에 올랐고, 타이틀리스트 T-시리즈가 2위, 브리지스톤의 2017 JGR이 3위에 이름을 올렸다. 퍼터 웨지 등 쇼트게임용 클럽에선 전통 강호들의 아성에 전문 브랜드들이 도전해 눈길을 끌었다. 웨지의 강자 클리브랜드와 로마로는 RTX4(3위)와 ALCOBASA 2(4위)를 무기로 타이틀리스트의 보키 SM7(1위), SM8(2위)의 뒤를 추격했다. 퍼터 시장에선 오디세이(1·3위)와 스카티카메론(2·5위) 양대 산맥의 팽팽한 경쟁 구도 속에 신생 브랜드 버크가 SF시리즈(4위)로 선전했다.
한국 골프용품 시장 '타이거 홀릭'

볼 시장 판도 뒤흔든 ‘타이거 효과’

글로벌 골프계의 절대 흥행코드로 통하는 우즈는 국내에서도 위력을 발휘했다. 그를 따라 움직이는 ‘우즈족(族)’이 늘었다. ‘타이거 효과’가 가장 두드러진 분야는 골프공이다. 우즈가 마스터스에서 썼던 브리지스톤 2018투어B 모델이 4위에 올랐다. 신제품인 2020투어B 모델도 5위를 기록했다. 덕분에 올해 1분기 브리지스톤의 국내 골프공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83% 늘었다. 브리지스톤 공이 그동안 ‘톱10’을 들락거리는 ‘마이너’로 분류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반란’에 가까운 성적표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한 프로숍 대표는 “2010년대 중반부터 이어지던 타이틀리스트, 볼빅, 캘러웨이 등 ‘골프공 삼각편대’ 구도가 무너졌다”고 분석했다.

“한국 고객만을 위해 만들었어요”

조립 단계에서 한국 시장용 제품을 따로 만드는 ‘한국화 전략’도 용품 리더들의 특징 중 하나다. 샤프트 강도를 글로벌 모델보다 한 단계씩 부드럽게 세팅하는 핑골프가 대표적이다. 미국에서 R강도인 샤프트가 국내에선 SR인 식이다. 차효미 차장은 “근력이 강하지 않은 국내 골퍼들을 위한 세팅”이라며 “손이 작은 한국인의 특성을 반영해 기본 그립 두께도 글로벌보다 한 치수 작은 23호 장갑 기준으로 제작된다”고 말했다.

미즈노는 한국에 들어오는 아이언 헤드 뒷면을 거울처럼 마감한다. 고급스러운 마감을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브리지스톤은 좀 더 노골적이다. 우즈가 한국어로 “좋아요, 대박”이라고 외치는 광고를 찍어 말 그대로 대박을 터뜨렸다. 우즈가 영어가 아니라 외국어로 광고를 찍은 최초의 사례다. 브리지스톤 관계자는 “정확한 발음을 위해 한국 직원이 찍어 보낸 동영상을 보고 우즈가 30분 넘게 연습해 광고를 찍었다”고 말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