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오버파 85타, 7언더파 65타.’

맷 에브리(37·미국)의 지난 2개 라운드 스코어다. ‘롤러코스터’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성적표다. 그는 지난달 31일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혼다클래식 2라운드에서만 15오버파를 적어내 중간합계 19오버파로 커트 탈락했다. 이어 6일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베이힐 클럽&로지(파72·7454야드)에서 열린 아널드파머인비테이셔널(총상금 930만달러) 1라운드에선 7언더파를 적어냈다. 불과 엿새 만에 20타가 줄어든 것이다.


코스와 ‘찰떡궁합’ 과시하는 선수들

코스가 다른 점을 감안해도 프로 무대에서 같은 선수가 짧은 시간 내 20타 줄어든 스코어를 내는 것은 흔치 않은 일. 엄청난 실력 상승과 컨디션 회복 등 수많은 긍정적 요소가 동반된다 해도 쉽지 않은 결과다.

에브리와 코스의 궁합이 좋다는 것 외엔 설명할 길이 없다. 그는 PGA투어 2승을 모두 이 대회에서 거뒀다. 이날 7개의 버디쇼를 앞세워 1타 차 단독 선두로 오른 그는 통산 세 번째 우승을 한 대회에서 챙겨갈 수 있게 됐다. 에브리는 “(왜 유독 이곳에서만 강한지) 정말 모르겠다”며 “개인적으로 이 코스는 드로 구질을 구사하는 선수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페이드 구질을 친다”고 했다.

코스와 특정 선수 간 상관관계가 과학적으로 증명된 적은 없다. 다만 에브리처럼 유독 특정 대회 또는 코스에서 펄펄 나는 사례는 꽤 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4·미국)는 성적이 좋은 코스에서 열리는 대회만 골라 나서는 ‘궁합 우선주의’ 골퍼다. 우즈와 가장 좋은 궁합을 뽐내는 코스는 토리파인스GC다. 이곳에서만 무려 8승을 거뒀다. 1999년과 2003년, 2005~2008년, 2013년 이곳에서 열린 파머스인슈어런스오픈에서 정상에 올랐고, 2008년 US오픈 우승컵도 토리파인스GC에서 들어올렸다. 우즈는 “이 코스에 오면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말했다.

우즈의 영원한 라이벌인 ‘왼손잡이’ 필 미컬슨(50·미국)은 ‘오거스타맨’이다. ‘명인열전’ 마스터스 토너먼트가 열리는 오거스타내셔널GC에서만 메이저대회 5승 중 절반이 넘는 3승을 수확했다. 또 다른 왼손잡이 장타자 버바 왓슨(42·미국)도 마찬가지다. 왓슨은 두 번의 메이저대회 우승을 모두 오거스타내셔널GC에서 거뒀다. 전문가들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휘어치는 코스가 많은 오거스타내셔널GC에서 왼손잡이인 두 선수의 장점이 극대화된다고 분석한다. 쉽게 드로 또는 훅 샷으로 코스를 공략할 수 있어서다.

PGA투어 상금랭킹 1위 저스틴 토머스(27·미국)는 섬에서 열리는 코스에 강하다. 지난 열두 번의 PGA투어 대회 우승 중 일곱 번이 섬 또는 섬 지역에서 나왔다.

“이곳만 오면 기죽어”…‘악연’ 코스도

선수와 코스 간에 경기만 하면 무너지는 ‘철천지원수’ 같은 관계도 있다. 우즈와 리비에라CC가 대표적인 ‘악연’이다. 리비에라CC에서 열리는 대회를 보고 자란 우즈는 아마추어 시절이던 1992년 16세에 초청선수로 이 코스를 처음 밟았다. 프로로 데뷔한 뒤 열두 번 더 이 코스를 찾았는데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준우승이 최고 성적이다. 우즈가 네 차례 이상 출전한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한 건 리비에라CC에서 열린 제네시스인비테이셔널이 유일하다.

미컬슨과 왓슨이 좋아하는 오거스타내셔널GC는 로리 매킬로이(31·북아일랜드)에겐 그리 달가운 장소가 아니다. 열한 번 마스터스에 나와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2011년 4라운드 9번홀까지 4타 차 선두를 달리다 10번홀에서 쿼드러플 보기로 무너진 경험도 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