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스윙 따라잡기] 통산 20승 고지 '골든슬래머' 박인비의 스윙 비밀은 '3대 1' 템포
박인비(32·사진)는 독특한 스윙을 한다. '세계최고 스윙 인류', '스윙 머신'이란 평가를 받는 여느 한국 선수들과 판이하게 다르다. LPGA투어 대다수 선수들과 견줘도 단박에 눈길을 확 끌 만큼 도드라진다. 이 '비주류 스윙'으로 그는 지난 16일 통산 20승째를 신고하고, 박세리(통산 25승)에 이어 두 번째로 20승 고지를 밟은 한국인이 됐다. 통산 상금(1568만3289달러·4위)에선 이미 박세리(1258만3713달러·9위)를 넘어선 지 오래다. 통산 상금 1위 아니카 소렌스탐(2257만3192달러)을 690만달러가량 뒤에서 쫓고 있으니, 1위에 오르는 일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박인비 스윙의 가장 큰 특징은 대략 4가지다. 느리고 가파른 백스윙, 높은 백스윙톱, 수동적 체중이동, 임팩트 때 공을 보지 않는 무심한 시선 등이다. 남들보다 반 뼘은 더 높은 백스윙톱에서 그는 다운스윙으로 전환할 때 엉덩이를 타깃을 향해 적극적으로 밀어 벽을 쌓거나 왼발을 힘차게 내딛는 동작을 하지 않는다. 체중이동은 몸통 회전과 함께 수동형으로 이뤄지는 '후공정'에 불과하다. 임팩트 때까지 양 발이 지면에서 거의 떨어지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냥 '제자리 회전'같은 모양새다. 체중도 오히려 임팩트 직전까지 오른발에 대부분 실려 있다. "체중을 왼발에 다 실어 때리라"는 일반적 스윙 이론과는 거리가 있는 메카니즘이다.

LPGA투어는 박인비 스윙의 강점을 '템포'라고 봤다. 박인비처럼 좋은 템포를 갖추기 위해 주말골퍼들이 따라해볼 만한 첫 번째 팁은 우선 제자리 걸음 스윙 루틴이다. 박인비 스윙을 분석한 캐시 디텔슨(LPGA클래스A)은 "정지동작에서 곧바로 백스윙을 시작하기보다 박인비처럼 제자리 걸음하듯 움직이는 동작이나 손목 왜글로 시동을 걸어주는 게 부드럽고 안정적인 스윙템포에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는 느리고 균형잡힌 백스윙이다. 디텔슨은 "여유가 느껴지는 백스윙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다운스윙 때 스피드를 가속하기 위한 동작"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백스윙과 다운스윙의 템포 비율에 주목했다. 그 비율이 '3(백스윙):1(다운스윙)'로 절묘하게 결합돼 있다는 것인데, 올라갈 때는 '하나-둘-셋'을 셀만한 충분한 시간을 쓰고, 내려올 때는 '하나'를 셀 시간으로 빠르게 전환해 에너지를 폭발시킨다는 얘기다. 백스윙과 다운스윙이 급하다고 생각하는 주말골퍼라면 새겨들을 만한 대목이다.
박인비는 올 시즌 드라이브 평균 비거리 239야드로 142위, 페어웨이안착률 83.5%로 16위에 올라 있다.

한편 국내 체류중이던 박인비는 26일 미국으로 조기 출국했다. 그는 지난 16일 LPGA투어 ISPS한다호주여자오픈을 제패하고 17일 귀국했다. 원래는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 3월 초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확산일로로 치닫자 출국 일정을 앞당겼다. 미국에서 한국인 입국을 막을 가능성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게 박인비 측 설명이다. 박인비는 3월 19일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열리는 볼빅파운더스컵으로 경기출전을 재개할 예정이다. 이전 3개 대회는 코로나로 모두 취소됐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