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한국시간)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레이디스스코티시오픈. 이 대회는 영국 스코틀랜드 노스베리크의 르네상스클럽에서 열렸지만 한국에서 경기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선수들을 비추는 카메라 속에서 어렵지 않게 한글을 찾아볼 수 있었기 때문. 우승한 허미정(29)과 경기 막판까지 우승 경쟁을 한 ‘핫식스’ 이정은(23·공동 2위)의 모자엔 한글로 ‘대방건설’이 큼지막하게 쓰여 있었다. 비를 피하기 위해 펼친 우산도 마찬가지다. 우산 면적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큰 회사 이름이 화면을 채웠다. TV중계는 4시간 가까이 지속됐다. 중계가 잠시 숨을 고를 때면 대방건설 광고가 화면에 흘렀다.


오수현
오수현
한때 ‘모험’이란 얘기를 듣던 대방건설의 골프 마케팅이 ‘대박’을 터뜨렸다. 지난 6월 이정은이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고 이번 허미정의 우승까지 더해지면서다. 이번 대회에서 공동 13위를 기록하며 틈틈이 화면에 잡힌 호주동포 오수현(23)까지 더해 대방건설이 후원하는 LPGA투어 선수만 세 명이다. 이정은과 허미정은 재정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어려움을 딛고 성공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발전 가능성을 가장 먼저 본다”는 게 대방건설 관계자의 말이다.

내수 중심의 국내 건설사가 해외 투어 골프단을 꾸리는 것은 규모 자체를 떠나 이례적인 일에 속한다. 대방건설은 이정은이 미국 진출을 깊이 생각지 않았던 2018년 LPGA투어 성적 인센티브까지 챙겨주며 3년간 총 24억원 규모의 대형 계약을 맺어 업계를 놀라게 했다.

LPGA투어 주 시청층이 국내팬인 만큼 마케팅 효과가 작지 않을 것이란 판단은 결실로 돌아왔다. 대방건설 관계자는 “대방건설 골프단 선수들의 우승으로 어떤 홍보 효과를 얻을지 산술적으로 평가한 적은 없다”면서도 “모델하우스를 찾은 고객들이 이정은 프로 이야기를 먼저 꺼낼 정도로 대방건설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했다. 또 “경제적인 효과보다는 선수 육성과 발굴에 목적을 두었고 소속 선수가 우승해 자부심을 갖게 됐다”며 “골프에 관심 있는 거의 모든 분이 LPGA투어를 시청하더라”고 전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