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 2일 강원 평창 버치힐골프장.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초정탄산수 용평리조트오픈 최종 라운드에 나선 아마추어 여고생 골퍼가 쟁쟁한 ‘프로 언니’들을 제치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코스 레코드(63타), 대회 최소타(202타) 기록까지 세웠다. US여자오픈에 출전해 박성현(26)과 경쟁한 끝에 준우승을 차지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지 2주 만이었다. 같은 해 8월 열린 KLPGA투어 보그너MBN여자오픈까지 제패하며 ‘천재 골퍼’로 불리기 시작한 최혜진(20) 얘기다.
최혜진(20)이 30일 강원 평창 버치힐골프장(파72·6434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맥콜·용평리조트오픈(총상금 6억원) 최종 라운드 4번홀에서 티샷을 날린 뒤 공을 바라보고 있다. /KLPGA  제공
최혜진(20)이 30일 강원 평창 버치힐골프장(파72·6434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맥콜·용평리조트오픈(총상금 6억원) 최종 라운드 4번홀에서 티샷을 날린 뒤 공을 바라보고 있다. /KLPGA 제공
상반기에만 4승…‘무서운 가속도’

최혜진이 스타 탄생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추억의 장소’에서 시즌 4승을 수확했다. 30일 버치힐골프장(파72·6434야드)에서 열린 KLPGA투어 맥콜·용평리조트오픈(총상금 6억원) 최종 3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3개를 묶어 3언더파를 적어 냈다. 최종합계 10언더파 206타를 기록한 최혜진은 2위 이소영(22)을 두 타 차로 따돌리고 역전 우승을 꿰찼다. 디펜딩 챔피언으로 출전했다가 공동 30위에 그친 지난해의 아쉬움도 완벽하게 털어냈다. KLPGA투어 통산 8승째.

최혜진은 이날 작심한 듯 초반부터 공격적으로 타수를 줄여 나갔다. 1번홀(파4) 버디를 시작으로 2번홀(파3), 3번홀(파5), 4번홀(파4)까지 네 홀 연속 버디를 골라내며 경쟁자들을 멀찍이 따돌렸다.

6번홀(파3)에서 한 타를 더 줄이며 승부에 쐐기를 박나 싶었지만 8번홀(파5)에서 첫 위기가 찾아왔다. 드라이브 티샷이 페어웨이에 미치지 못하고 벙커 끝 오르막 경사에 박혀 버린 것. 최혜진은 경사가 심한 탓인지 중심을 잡기 위해 오른발을 벙커에 넣었다 뺐다를 반복했다. 가까스로 중심을 잡고 왼발은 벙커 밖 러프에, 오른발은 벙커 속에 묻어둔 채 두 번째 샷을 해야 했다. 하지만 곧바로 팬들로부터 장탄식이 쏟아져 나왔다. 이 샷이 4m밖에 날아가지 못하고 벙커 앞 깊은 러프에 빠졌기 때문이다. 세 번째 샷을 핀에서 129m 떨어진 지점까지 보낸 뒤 친 네 번째 샷도 그린을 훌쩍 지나갔지만 두 번의 퍼트로 이 홀을 마무리하면서 한 타를 내주는 데 그쳤다.

두 번째 위기는 14번홀(파4)에서 찾아왔다. 이번에도 벙커가 발목을 잡았다. 벙커에서 친 두 번째 샷은 그린 우측에 떨어진 뒤 끝자락을 따라 빙 돌더니 왼쪽 그린 러프로 굴러가 버렸다. 어프로치 샷으로 공을 그린에 올렸지만 파 퍼트를 놓치면서 다시 한 타를 내줬다. 15번홀(파4) 파에 이어 16번홀(파4)에서 다시 보기를 내줄 때는 2타 차까지 바짝 쫓아온 2위 그룹에 추격의 빌미를 제공하는 듯했다. 하지만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3m가 넘는 버디 퍼트를 꽂아넣어 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최혜진은 “4승까지 빠르게 달성해서 기분이 좋다”며 “메인 스폰서 롯데를 비롯해 도와준 분들 덕분에 좋은 성적을 올린 것 같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우승을 늘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상금, 다승, 대상 등 ‘싹쓸이’ 예고

최혜진은 이번 우승으로 시즌 상금은 물론 다승, 대상 포인트 등 주요 경쟁 부문에서 선두 굳히기에 들어갔다는 평가다. 크리스F&C KLPGA챔피언십(4월), NH투자증권 레이디스챔피언십(5월), 에쓰오일챔피언십(6월)에 이어 이번 대회까지 상반기에만 네 번 우승했다. 상금은 기존 약 5억4700만원에 이번 대회 우승상금 1억2000만원을 더해 약 6억6700만원으로 불렸다.

이 대회 전까지는 경쟁자들의 추격이 거셌다. 에쓰오일챔피언십에서 3승을 챙긴 뒤 이어진 한국여자오픈 공동 47위,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공동 8위 등 추가 우승을 쌓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조정민(25)이 지난주 열린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을 제패하면서 다승은 1승 차이, 상금은 약 7600만원 차이로 최혜진을 맹추격해왔다. 그러나 조정민은 이번 대회에서 3오버파 공동 48위에 머물러 추격의 동력을 잃었다. 반면 최혜진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대상 포인트 265점을 기록하며 조정민(240점)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양채린(24) 한진선(22)이 7언더파 공동 3위, 윤서현(20) 윤슬아(33)가 6언더파 공동 5위를 차지했다. 조아연(19)은 3언더파 공동 13위에 자리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