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투어보다 그린 더 빨라 퍼팅 애 먹었죠"
“아휴 만만찮네요. 그린 스피드만 보면 LPGA(미국여자프로골프)투어보다 빠른 것 같아요.”

프로 선수에서 미디어프로로, 그리고 다시 여자스크린골프투어(WGTOUR)에서 인생의 새로운 막을 열었다. 나이 서른다섯에 ‘루키’로 변신한 배경은(사진) 얘기다. 한경골프최고위과정 필드 레슨 교수로도 활약 중인 그를 지난 10일 경기 남양주 해비치CC에서 만났다.

산전수전 다 겪은 그가 스크린 골프 얘기가 나오자 고개부터 절레절레 저었다. 배경은은 “기대 이상으로 재밌었지만, 쇼트게임이 어려워 정말 애를 많이 먹었다”며 “체감상 그린 스피드가 4.0 또는 그 이상인 것 같다”고 했다. 국내 여자 투어 대회 그린 스피드가 3.2~3.6 정도다.

배경은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3승을 거둔 실력자다. LPGA투어에도 진출해 준우승까지 하는 등 미국 무대에서도 맹활약했다. 국내에 복귀해 미디어프로로 전향한 뒤로는 주로 필드 리포터로 팬들을 만나왔다. 스크린골프를 접한 건 한 방송프로그램 촬영에서다. 필드와 완전히 다를 것 같았던 스크린골프의 독특한 매력에 그는 곧장 빠져들었다. 내친김에 투어 선수로 데뷔하기로 했다.

그는 “아직도 마음만은 KLPGA투어에서 우승 경쟁을 할 수 있다고 믿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며 “나이 먹고도 대회 코스를 걸어다니며 경기할 자신이 없다”고 농담을 던졌다. 그러면서 “스크린골프투어는 걷지 않아도 되고 경비도 많이 들지 않아 ‘가성비’가 매우 좋은 투어”라며 “프로 선수를 준비하는 꿈나무들이 사전에 실력을 쌓을 좋은 무대가 마련된 것 같다”고 말했다.

배경은은 172㎝의 큰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장타가 특기다. WGTOUR에서도 230m는 어렵지 않게 보낸다. 그는 “쇼트게임이 상상 이상의 정교함을 요구하고 공략 방식이 달라 애를 먹었지만 기본적인 ‘메커니즘’은 같아 빨리 적응한 것 같다”며 “특히 퍼트는 평지에서 하기 때문에 내 스트로크가 제대로 되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또 “버디를 잡을 때 짜릿함은 필드 골프와 똑같다”며 “다음 대회에는 지난 두 대회보다 훨씬 더 좋은 성적을 내보겠다”고 다짐했다.

배경은은 11일 대전 유성구 골프존조이마루 전용 경기장에서 끝난 스크린골프투어 2019 롯데렌터카 WGTOUR 2차 대회(총상금 7000만원)에서 3언더파 20위에 올랐다. 데뷔전인 1차 대회에선 14오버파를 쳤던 만큼 적응속도가 빠르다. 2차 대회 우승은 14언더파를 친 신예 조예진(20)이 차지했다.

남양주=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