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너 판 담(오른쪽)과 그의 캐디. LPGA 트위터 캡쳐
아너 판 담(오른쪽)과 그의 캐디. LPGA 트위터 캡쳐
고진영과 이민지 등 최근 ‘아달(아이언 달인)’들이 점령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장타바람’이 불 참이다. 웬만한 남자 선수보다 멀리 보내는 ‘초장타자’ 아너 판 담(네덜란드)이 돌풍의 중심에 서 있다.

아너 판 담은 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데일리시티의 레이크 머세드GC(파72·6507야드)에서 열린 LPGA투어 메디힐 챔피언십(총상금 180만달러) 1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5개를 낚는 동안 보기는 2개로 막으며 5타를 줄였다. 5언더파 67타를 적어낸 그는 동타를 기록한 지은희, 유소연과 공동 선두에 올랐다.

300야드 펑펑…여자 맞아?

올 시즌 LPGA투어에서 처음으로 ‘풀타임’ 시즌을 보내고 있는 아너 판 담의 장타력은 무시무시하다. 178㎝의 키로 쉽게 300야드를 보내는 그는 비거리만큼은 ‘신계(神界)’라는 평을 들을 정도로 독보적이다. 올해 평균 드라이브 비거리는 289.125야드로 압도적 1위다. 천하의 박성현도 아너 판 담 앞에선 겸손해진다. 박성현은 282.90야드로 비거리 부문 3위에 있다.

그는 시즌 초까지만 해도 여자 골프에서 처음으로 290야드가 넘는 평균 비거리를 기록했다. 평균 비거리는 우드나 하이브리드로 티샷한 것까지 포함해 측정하기 때문에 단순히 숫자로 그의 장타력을 가늠하기 힘들다. 다만 장타와 반비례하는 그린 주변 플레이는 아너 판 담의 ‘아킬레스건’이다. 벙커세이브율만 봐도 41.18%로 투어 최하위다. 이날도 벙커에 세 번 빠뜨렸고 한 번도 파세이브를 기록하지 못했다.

아너 판 담의 장타는 이런 약점을 채우고 넘친다. 웬만한 홀에선 주로 웨지샷 어프로치가 남기 때문이다. 8번홀(파4) 이글이 그만의 방식으로 잡아낸 전리품이다. 그는 최근 125야드 내 샷을 집중적으로 연마하고 있다.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는 장타력을 ‘송곳어프로치’로 보완하기 위해서다. 아너 판 담은 “첫 5홀에서 세 번의 형편없는 아이언 샷을 했다”면서도 “이후 스스로 많은 생각을 하지 않고 ‘내 골프’를 하는 데 집중했고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했다.

지은희·유소연 노련함 앞세워 공동선두

유소연
유소연
‘베테랑’ 지은희는 이날 5타를 줄이면서 5언더파를 기록, 아너 판 담의 독주를 막아섰다. 올 시즌 257.68야드로 비거리 부문 97위에 올라 있는 지은희는 정확성으로 장타에 맞섰다. 페어웨이는 한 번밖에 놓치지 않았고 퍼트도 26개로 막았다. 또 이 대회에서 시즌 2승이자 한국 선수 최고령 우승 기록에 도전한다. 그는 지난 1월 우승으로 한국 선수 LPGA투어 최고령 우승 기록을 32세8개월로 경신했다. 종전 기록은 박세리가 들고 있던 32세7개월18일이다. 지은희는 “샷도 마음에 들었고 퍼트도 굉장히 좋았다”고 만족해했다.

퍼트 수 25개를 기록한 유소연도 ‘짠물 퍼팅’을 앞세워 지난해 6월 마이어클래식 이후 11개월 만에 투어 통산 7승 기회를 잡았다. 유소연은 “보기 2개가 아쉽지만 즐거운 라운드였다”고 돌아봤다.

양희영이 4언더파 공동 4위, 전인지가 3언더파 공동 7위로 대회를 시작했다. 투어 20승에 도전하는 박인비는 2언더파 공동 12위로 무난하게 출발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슈퍼루키’ 조아연은 2타를 잃어 공동 61위에 머물렀다. 지난주 LA오픈 우승자 호주 동포 이민지는 4오버파 104위로 부진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