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멘코너의 저주' 피해간 호랑이…'오거스타의 신화' 썼다
남자골프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 토너먼트의 전년도 우승자가 역대 우승자에게 만찬을 베푸는 챔피언스 디너. 2년 전 제81회 마스터스 개막에 앞서 이 자리에 참석한 타이거 우즈(미국)는 무릎 부상 때문에 걷는 것조차 힘들어했다. 우즈는 “퍼터를 지팡이처럼 쓴다. 나는 끝났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해 11월 세계랭킹은 1199위까지 떨어졌다.

그랬던 우즈가 15일(한국시간) 세계랭킹 6위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이날 막을 내린 제83회 마스터스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리면서다. 그는 이날 오거스타내셔널GC에서 열린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4개를 묶어 2언더파 70타를 쳤다. 최종합계 13언더파 275타로 2위 그룹을 1타 차로 따돌리고 마스터스 통산 5승이자 생애 첫 메이저대회 역전 우승을 꿰찼다. 통산 81승, 메이저 15승째다.

'아멘코너의 저주' 피해간 호랑이…'오거스타의 신화' 썼다
12번홀 아멘코너가 변곡점

결코 만만한 적수가 아니었다. 우즈의 ‘천적’으로 불리는 프란체스코 몰리나리(이탈리아)는 최종 라운드 전반 내내 ‘얼음장군’처럼 흔들림이 없었다. 위기 때마다 파 세이브에 성공하면서 추격을 허용하지 않았다. 몰리나리의 실수를 기대하는 우즈 팬들이 탄식을 쏟아낼 정도였다. 단독 선두로 나선 몰리나리에게 2타 차 뒤진 공동 2위로 출발한 우즈는 11번홀까지 버디와 보기를 3개씩 맞바꾸며 제자리걸음을 했다. 몰리나리도 버디 1개와 보기 1개를 엮어 타수를 지켰다.

‘포커페이스’ 몰리나리가 흔들린 것은 12번홀(파3)에서다. 이날 158야드로 세팅된 12번홀은 오거스타내셔널GC에서 가장 짧지만 공략은 가장 어렵기로 악명 높은 ‘아멘코너’다. 그린 앞에 물이 있어 바람의 방향이 자주 바뀔 뿐 아니라 땅콩이 옆으로 누운 형태로 그린 앞뒤가 짧은 게 특징이다. 정확한 거리 계산이 쉽지 않은 이유다.

몰리나리는 이 홀에서 티샷을 물에 빠뜨리며 더블보기를 범해 2타를 잃었다. 우즈는 파를 지키면서 둘은 공동 선두가 됐다. 이어진 13번홀(파5)에서 두 선수는 모두 버디를 잡았다. 이후 잰더 쇼플리, 브룩스 켑카, 더스틴 존슨(이상 미국)이 버디 행진을 벌이며 5명이 모두 12언더파 공동 선두에 오르는 혼전 양상을 보였다.

팽팽하기만 하던 균형은 15번홀(파5)에서 완전히 깨졌다. 몰리나리의 세 번째 샷이 나뭇가지에 맞아 그린 앞 물에 빠졌다. 1벌타를 받은 뒤 시도한 다섯 번째 샷도 그린에 오르지 못해 6온1퍼트로 다시 더블보기를 범했다. 반면 우즈는 이 홀에 이어 16번홀(파3)에서도 1.5m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우승에 쐐기를 박았다.

기록 제조기 우즈

우즈는 골프 역사를 새로 썼다. 그는 이날 만 43세3개월14일의 나이로 마스터스 최고령 우승 2위 기록을 남겼다. 40대 골퍼로서 20~30대 젊은 선수들과의 맞대결에서 우승할 수 있고, 그 이상의 나이로도 챔피언에 오를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스터스 최고령 1위는 1986년 46세2개월23일의 나이로 우승한 잭 니클라우스(미국)다. 그는 우즈가 우승을 확정지은 뒤 “우즈와 골프라는 스포츠를 위해 매우 기쁜 일이다. 환상적”이라고 축하의 뜻을 전했다.

마스터스 우승에 힘입어 우즈의 남자골프 세계랭킹도 뛰어올랐다. 이날 발표된 세계랭킹에서 6위를 기록해 지난주(12위) 대비 6계단 상승했다. 우즈가 세계랭킹 10위 안에 든 것은 2014년 8월(10위) 후 약 4년8개월 만이다. 허리 부상 등의 여파로 2017년 11월 세계랭킹이 1199위까지 떨어졌던 그다.

상금 신기록도 갈아치웠다. 이번 마스터스 우승으로 상금 207만달러를 추가해 마스터스에서만 총 950만달러를 번 우즈는 필 미컬슨(미국)을 제치고 마스터스 통산 상금 1위로 올라섰다. 생애 상금은 1억1791만달러로 통산 상금 1위 자리를 한층 공고히 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