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타이거!" 뜨거운 함성…마스터스 '흥행神話'는 계속된다
“고(go) 타이거!”

12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GC(이하 오거스타내셔널) 1번홀(파4).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1라운드 첫 티샷을 하기 위해 모습을 드러냈다. 수십 겹으로 촘촘한 벽을 쌓은 페이트런(갤러리)의 눈도 우즈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 바삐 움직였다. 입장권을 구하느라 애를 먹은 이들이 상당수라는 게 믿기 힘들 정도로 모두가 순종적이었다. 까치발을 서는 것이 유일한 ‘반항’으로 비칠 만큼 군중들은 놀랍도록 질서정연했다. 그러나 우즈의 힘찬 샷이 하늘을 가르자 꾹꾹 눌러 참았던 탄성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마스터스는 또다시 세계를 홀리는 데 성공했다. 비상업주의를 추구하면서도 엄청난 매출을 예고하고 있다.

"GO 타이거!" 뜨거운 함성…마스터스 '흥행神話'는 계속된다
이날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마스터스를 주최한 오거스타내셔널GC는 지난해 1억2400만달러(약 1413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는 이를 뛰어넘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벌써 흘러나온다. 이 경우 수익에 따라 달라지는 총상금도 덩달아 커진다. 마스터스는 특이하게도 총상금을 미리 정하지 않는다. 대신 한 주간 발생한 수익에 따라 규모를 결정하는데, 대개 3라운드 진행 중에 확정한다. 우즈가 허리 부상을 털어내고 모처럼 출전했던 지난해가 1100만달러였다.

인구 20만 명에 불과한 소도시 오거스타도 ‘행복한 비명’을 예약했다. 마스터스 주간에만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미국 500대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절반이 오거스타를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83년 짧은 역사를 뛰어넘는 ‘명품 마케팅’

오거스타내셔널의 성공 뒤에는 원칙과 전통을 강조하는 ‘명품 절대주의’가 자리 잡고 있다. 아무나 올 수 없고 아무나 볼 수 없어 신비주의로도 통한다. 브랜드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라면 일시적으로 매출을 올리는 달콤한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다. 막대한 수입을 포기하더라도 원활한 경기 진행을 위해 입장객은 후원자라는 뜻의 페이트런 4만 명으로 제한한다.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코스는 10월 중순부터 5월 말까지 7개월가량만 개장한다. 중계 방송 기준도 까다롭다. 1시간 방송에 광고는 4분 이하로 제한한다. 대신 중계권료를 깎아준다. 마스터스는 1억달러 이상의 중계권료 가치를 지녔다고 평가받지만 공식중계사인 CBS는 약 4분의 1 수준의 규모로 오거스타내셔널과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백억원을 무형의 가치를 위해 쓰는 셈이다.

백화점에 있는 명품 매장에 들어가려면 질서정연하게 줄을 서야 하듯 오거스타내셔널은 페이트런에게 요구하는 것이 많다. 휴대폰을 사용할 수 없는 것은 물론 코스 안에서 뛰는 것도 금지돼 있다. 외부 음식 반입을 불허하고 조금만 튀는 행동을 했다간 쫓겨날 수 있다. 그래도 사람들은 따른다. 오거스타를 여러 차례 방문해본 나상현 프로(SBS골프 해설위원)는 “페이트런들은 다소의 불편함과 부자유를 넘어서는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오거스타의 ‘무대 연출’도 치밀하다. 대회 기간 철쭉꽃이 만개하도록 날씨가 더워지기라도 하면 화단에 얼음을 부어 시기를 조절한다. 잔디는 TV에서 푸르게 보이도록 방송 카메라 각도에 맞춰 결을 유지하고 개울에는 색소를 풀어 푸른색이 돌게 한다. 화면에 잡히는 모든 장면이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보이는 이유다.

1980년대 음식값 ‘착한 전통’에 불만 제로

사람들이 마스터스의 엄격한 규율을 따르는 또 다른 이유는 대회를 최고로 만들겠다는 주최 측의 일념을 익히 알고 있어서다. 예컨대 오거스타내셔널은 외부 음식 반입을 금지하면서 코스 내부 식음료 값을 1980년대 가격으로 유지하고 있다. 샌드위치가 1.5달러, 맥주나 음료가 2~5달러 정도다.

이런 ‘박리다매’로 오거스타내셔널은 한 해 800만달러에 가까운 식음료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념품 매출만도 500억원 이상이다. 가격 역시 비싸지 않다. 마스터스 로고 기념 머그잔이 15달러, 두 개로 구성된 ‘컵 세트’가 35달러다.

전통과 원칙을 고수하면서도 시대적 요구에 눈길을 돌리기 시작한 오거스타내셔널의 변화는 향후 브랜드 가치를 한층 더 높일 것으로 보인다. 2012년이 돼서야 첫 여성 회원을 받아들였던 오거스타내셔널은 올해 대회를 앞두고 처음으로 여자 대회인 ‘오거스타 내셔널 여자 아마추어 대회(ANWA)’를 열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