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타 괴물’들이 늘어나면서 마스터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까다롭고, 콧대 높기로 소문난 오거스타내셔널GC마저 언젠가는 괴물들의 놀이터가 될 수 있다는 경계심이 그 고민의 그늘이다.

마스터스토너먼트 대회장인 오거스타내셔널GC는 일단 코스의 전장을 늘려 대응에 나섰다.

11일 현지 매체에 따르면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내셔널GC는 올해 코스에 손을 한 번 댔다. 이번 마스터스 5번홀(파4)을 495야드로 세팅한 것이다. 지난해까지 이 홀은 455야드에 불과했지만 티잉 에어리어를 뒤로 40야드나 물려 파5홀 같은 파4홀이 됐다. 하지만 이 홀은 오히려 320야드 근처에 벙커가 자리잡고 있어 이 이상을 쉽게 치는 울트라 장타자들에게는 ‘기회의 홀’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대회를 앞두고 내린 비로 공이 구르는 ‘런’ 현상이 대폭 줄어 장타자들에게 더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 메이저 대회는 까다롭긴 하지만 비거리가 길든, 짧든 누구에게나 공평한 기회를 주는 코스 세팅을 원칙으로 삼는다.

이런 상황에서도 오거스타는 ‘아멘 코너’의 코스 세팅 변화라든가 비거리에 제한을 둔 ‘마스터스 전용 골프공’ 같은 규제 등은 채택하지 않겠다는 뜻을 확실하게 해 스스로 숙제를 남겼다.

최근 미국 골프계에선 330~340야드 안팎에 이르는 무시무시한 장타를 앞세운 선수들이 챔피언에 잇따라 오르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남자골프 4대 메이저대회 중 유일하게 장소를 바꾸지 않고 오거스타내셔널GC에서 여는 마스터스만큼은 비거리가 덜 나는 ‘마스터스 전용 볼’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선수들의 능력을 따라가려다 보면 코스 확장이 불가피하고 오거스타내셔널GC만의 전통적 아름다움이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프레드 리들리 오거스타내셔널GC 회장은 대회 개막을 앞두고 “우리가 마스터스 대회 전용 볼을 만들 일은 없다”고 말했다.

마스터스전용 볼을 제작해 사용한다는 건 세계 골프를 이끄는 두 단체 미국골프협회(USGA)와 로열앤드애인션트골프클럽(R&A)이 정한 골프공 규격을 따르지 않는다는 뜻이어서 쉽사리 채택하기도 어렵다. 리들리 회장은 “골프를 이끄는 (USGA와 R&A) 최고 단체들이 골프를 위해 내리는 결정을 따르고 그에 맞는 행동을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오거스타내셔널GC의 상징과도 같은 ‘아멘 코너’의 코스 세팅 변경도 당분간은 없을 전망이다. 11~13번홀로 구성된 아멘 코너는 난도가 높아 홀을 마친 골퍼들의 입에서 절로 아멘 소리가 나온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최근 오거스타내셔널GC가 12번홀 그린 뒤편과 13번홀 티잉 에어리어 사이에 있는 땅을 사들이면서 13번홀에 대한 확장 공사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리들리 회장은 “코스 세팅을 변경하는 것에 망설임은 없다”면서도 “하지만 아멘 코너는 골프 세계에서도 신성시되는 곳인 만큼 섣불리 변화를 줄 생각은 아직 없다”고 전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