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테크 드라이버 열전…AI가 디자인 설계, 신소재로 비거리 극대화
1970년대 후반까지 골프선수들은 말 그대로 헤드를 나무로 만든 진짜 ‘우드’를 휘둘렀다. 나무 헤드 대신 메탈 헤드가 이를 대체한 건 1979년부터다. 메탈 헤드가 시장에 나온 지 40년이 지난 현재, 클럽 제조 기술이 또 한 번의 혁신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골프계를 리드하는 제조업체들이 인공지능(AI)부터 알고리즘을 계산해 레진을 투입하는 기술까지 각 사가 보유하고 있는 최첨단 역량을 아낌없이 드라이버 쏟아 넣고 있어서다.

지난해 G400과 G400 MAX로 전작 ‘뉴G’ 시리즈 대비 200% 가까운 성장률을 보이며 국내 드라이버 판매량 1위를 차지한 핑(PING)이 올해도 영광을 재현하려 한다. 핑의 새로운 무기는 G410. 관용성과 비거리 등 기존 G400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골퍼의 특성에 맞게 ‘커스텀 피팅’을 가능하게 한 것이 특징이다. G410은 무게추가 헤드 뒷부분에 파인 ‘U’자 형태의 홈에 달려 있다. 범위 안에서 추의 위치를 옮겨 드로나 페이드 구질에 맞게 설정할 수 있다.

핑의 자신감은 하늘을 찌른다. G410을 사용하고 있는 버바 왓슨(미국)이 14일 기준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비거리 부문 1위(약 316.6야드)에 올라 있기 때문이다. 2위(316.1야드) 역시 같은 제품을 쓰는 캐머런 챔프(미국)다.

PGA투어에서 뛰는 김시우(24) 등 클럽을 사용하는 선수들로부터 극찬을 받고 있는 캘러웨이골프의 에픽 플래시(EPIC FLASH)는 AI 기술을 바탕으로 한 제품이다. 캘러웨이는 에픽 플래시의 페이스를 만들기 위해 인공지능의 연산 능력과 학습 능력을 토대로 1만5000회의 반복된 공정을 거쳤다고 한다. 캘러웨이골프에 따르면 일반적인 클럽 페이스의 디자인 공정은 5~7회 이내로 이뤄진다. 1만5000회를 일반적인 공정으로 진행하려면 34년 가까이 소요된다.

이 같은 테스트 결과 물결을 연상시키는 페이스 뒷면 디자인이 탄생했다. 이 디자인을 통해 볼 스피드와 관용성이 업그레이드됐고 기존에 있던 제일브레이크(jailbreak) 기술이 결합돼 비거리가 대폭 늘었다.

테일러메이드의 신제품 M5·M6 드라이버는 시판되는 제품이 프로 선수가 사용하는 클럽과 똑같은 성능을 발휘한다. 기존에 시판되는 제품은 선수들의 클럽과 성능에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검수를 통해 반발계수가 제한치(0.830)에 가장 가까운 최상급만 선수들에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M5·M6 드라이버는 각 헤드의 최대 스피드를 지원하기 위해 반발계수를 초과하도록 페이스를 만든다. 이후 알고리즘 계산을 거쳐 신소재 고무인 레진 양을 결정한 후 드라이버 측면 하단에 있는 구멍에 넣어 반발력이 0.830 이하가 될 때까지만 주입한다. 제조사가 타이거 우즈(미국)가 쓰는 클럽과 일반 아마추어 클럽이 같은 성능을 발휘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미즈노는 고반발이면서도 스핀 양을 줄이는 신기술로 최대 비거리를 실현하는 ‘ST190 드라이버’를 새롭게 내놨다. ST190 드라이버는 국내에는 처음 선보이는 라인업이다. 일반 티타늄보다 강도가 높은 ‘SP700’ 티타늄 소재를 사용했다. 헤드 크라운 부분에는 가벼우면서도 강한 카본을 사용했다. 이전 모델 대비 약 7g 가벼워져 골퍼들의 비거리 고민을 덜어준다는 설명이다.

브리지스톤 투어 B JGR 드라이버는 볼과 접촉 시간을 늘려 저회전 특성을 제공하는 신기술을 들고 나왔다. 정밀 연마 페이스 디자인이 이를 가능하게 한다. 또 디자인의 변경으로 발사각도가 높아졌다. 비거리를 늘리는 데 필요한 요소만을 모아놓은 것이다.

스릭슨은 Z585, Z785를 출시하면서 비거리와 관용성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액티브 스피드 테크놀로지’를 들고 나왔다. 티타늄으로 헤드를 만들고 윗부분은 카본을 입혀 디자인도 놓치지 않았다. 고반발 영역을 확대해 관용성과 비거리 모두 향상됐다는 게 스릭슨 측의 설명이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