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영(30)이 파3인 16번홀에서 터진 천금 같은 버디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혼다LPGA타일랜드(총상금 160만달러)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 대회에서만 나온 그의 세 번째 우승이다.

양희영은 24일 태국 촌부리 시암CC 파타야 올드 코스(파72·6576야드)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버디 9개와 보기 2개를 묶어 7언더파 65타를 적어냈다. 최종 합계 22언더파 266타를 친 그는 2위 호주동포 이민지(23·21언더파 267타)를 1타차로 따돌리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같은 대회서만 2년 주기 우승 공식 성립

양희영은 이번 우승으로 2017년 이 대회 우승컵을 들어 올린 이후 2년 만에 LPGA투어 통산 4승째를 신고했다. 특히 4승 중 3승을 2년 간격으로 이 대회(2015년 포함)에서 거두며 자신만의 ‘우승 공식’을 완성했다. 그의 나머지 1승은 2013년 인천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나왔다.

혼다LPGA타일랜드 대회는 세계 톱랭커들이 빼놓지 않고 참가하는 대회다. 올해도 세계 랭킹 상위 10명 중 9명이 참가했을 정도다. 양희영은 우승에 복받친 듯 목소리를 떨면서도 유독 이 코스에 강한지 이유를 묻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양희영은 “나도 정말 (왜 이곳에서 유독 강한지) 모르겠다”며 “유독 이 대회 코스가 좋고 또 스스로 대회 자체를 정말 즐기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마지막 세 홀에서 정말 떨렸는데 스스로 계속 인내하라고 했다”며 “(스스로)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천금 같은 16번홀 버디, 우승에 쐐기

그는 마치 이 대회를 위해 그동안 굶주린 듯 몰아쳤다. 2라운드에서 6타를 줄이며 우승 경쟁에 뛰어들더니 3라운드에서도 버디만 6개를 낚아채 공동선두로 올라섰다.

이날 최종 라운드도 다르지 않았다. 양희영은 1번홀(파5) 버디와 3번홀(파4) 보기를 맞바꾸더니 4번홀(파3)부터 시동을 걸었다. 그린 에지에서 10m 남짓한 거리의 긴 버디 퍼트를 그대로 홀 안에 집어넣었다. 5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약 3m 거리에 보내 버디를 낚아채더니 6번홀(파4)에선 약 2m 거리 퍼트를 성공해 가볍게 버디를 기록했다. 7번홀(파5)에선 두 번째 샷이 벙커에 빠졌음에도 세 번째 샷을 2m 거리에 붙여 기어코 버디를 잡았다. 8번홀(파3)에서도 버디로 5연속 버디쇼를 완성했다.

10번홀(파5)에서 버디를 추가한 양희영은 낙뢰 우려로 경기가 중단됐다가 재개하자 흐름이 끊긴 모습이었다. 14번홀(파4) 그린 주변에서 세 번째 칩샷을 길게 치며 보기를 범해 이민지에게 추격을 허용했다.

16번홀(파3)이 대망의 승부처였다. 양희영의 티샷은 그린 앞에 떨어졌다. 공이 그린에 미치지 못했으나 그는 과감히 퍼터를 잡았다. 양희영의 퍼터를 떠나 약 5m를 굴러간 공은 홀 반바퀴를 돌더니 그대로 홀 안으로 떨어졌다. 양희영은 퍼터를 두 손으로 번쩍 들며 우승을 예고했다. 반면 추격하던 이민지는 이 홀을 파로 마치며 다시 리드를 내줬다.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침착하게 버디를 추가한 양희영은 이민지의 이글 퍼트가 홀을 외면하면서 우승을 확정했다.

이민지는 이날 버디만 6개를 기록하는 깔끔한 경기력에도 아쉽게 1타차 준우승에 머물렀다. 카를로타 시간다(스페인)는 1번홀부터 3번홀까지 이글-버디-버디로 무려 4타를 줄이는 등 이날만 9타를 줄여 20언더파 268타 3위에 올랐다. 신지은(27)이 17언더파로 4위, 지은희(33)가 16언더파 5위로 대회를 마쳤다.

새 후원사 로고를 달고 올 시즌 첫 대회를 치른 박성현(26)은 7언더파 281타로 공동 21위에 만족해야 했다. 세계 랭킹 1위 에리야 쭈타누깐(태국)은 홈그라운드임에도 10언더파로 14위에 머물렀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