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사진)가 이틀 동안 최고와 최악의 하루를 경험했다. 세계 톱랭커들이 총출동한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멕시코 챔피언십(총상금 1025만달러)에서다.

우즈는 24일(한국시간) 멕시코 멕시코시티의 차풀테펙 골프클럽(파71·7345야드)에서 열린 3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3개, 더블보기 1개를 기록했다. 샷은 전체적으로 괜찮았지만 퍼트 난조로 1타를 줄이는 데 그쳤다. 사흘 합계 6언더파 207타로 공동 9위. 선두 더스틴 존슨(미국)에겐 10타가 모자라 역전 우승은 사실상 어렵다.

우즈는 이날 14번홀까지 3타를 줄이며 전날에 이어 매서운 상승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15번홀(파5)에서 일이 터졌다. 우즈는 두 번째 샷을 벙커에 빠뜨린 뒤 세 번째 샷을 홀 약 7m 부근에 떨어뜨렸다. 버디 퍼트가 1m 정도 홀을 지나쳤을 때만 해도 문제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이후 파 퍼트가 홀을 돌고 나오더니 60㎝ 거리에서 한 보기 퍼트마저 홀을 외면했다. 이 홀에서만 네 번 퍼트를 한 우즈는 인상을 찡그리며 다음 홀로 향했다.

이어진 16번홀(파4)에서도 실수가 이어졌다. 홀 11m에 공을 보내 버디 찬스를 잡고도 보기를 기록했다. 버디 퍼트를 놓친 뒤 약 1.5m 거리의 파 퍼트마저 놓쳤기 때문이다. 우즈가 2홀 연속 4퍼트와 3퍼트를 한 건 1996년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 데뷔한 뒤 처음이자 2만2640홀 만에 벌어진 일이다. 우즈는 크게 충격을 받은 듯 이례적으로 인터뷰를 거부한 채 경기장을 떠났다.

우즈의 이날 부진은 전날 그가 보여줬던 환상적인 벙커샷 이후에 나온 경기력이어서 아쉬움이 짙었다. 그는 2라운드 9번홀(파4) 페어웨이 벙커에서 정면에 버티고 있는 나무를 피하는 페이드샷으로 그린에 공을 올리는 묘기를 선보이는 등 5타를 줄였다. 첫날 25위에서 8위로 수직상승한 것. 우즈는 당시 공의 사이드스핀을 주기 위해 피니시 동작에서 팔을 직각으로 비트는 동작을 했다. 이를 본 현지 언론은 “올해의 샷 후보 중 하나”라며 “우즈이기에 가능한 샷”이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다만 그 홀에서도 우즈는 공을 홀에서 3.5m 지점에 보내고도 버디 퍼트를 놓쳐 아쉬움을 남겼다. 외신들은 “농구에서 화려한 드리블로 수비수를 제치고 정작 슛이 들어가지 않은 것”이라고 표현했다.

재미동포 케빈 나(36)는 공동 37위를 차지했으며 안병훈(28)이 공동 46위로 올라섰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