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리스트 골프공을 생산하는 아쿠쉬네트의 맷 호그 이사가 지난달 28일 서울 삼성동 오크우드프리미어호텔에서 열린 2019년형 ‘Pro v1’ ‘Pro v1x’ 신제품 출시 행사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호그 이사는 ‘늘어난 스피드’를 10세대 골프공의 판매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아쿠쉬네트  제공
타이틀리스트 골프공을 생산하는 아쿠쉬네트의 맷 호그 이사가 지난달 28일 서울 삼성동 오크우드프리미어호텔에서 열린 2019년형 ‘Pro v1’ ‘Pro v1x’ 신제품 출시 행사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호그 이사는 ‘늘어난 스피드’를 10세대 골프공의 판매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아쿠쉬네트 제공
세계 주요 투어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는 골프 기업 아쿠쉬네트의 타이틀리스트가 10세대 골프공 ‘Pro v1’과 ‘Pro v1x’를 내놓으며 향상된 비거리를 강조하자 골프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2000년 1세대를 출시하며 ‘토털 퍼포먼스’를 강조하던 타이틀리스트가 ‘비거리’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건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세계 골프 규칙을 관장하는 영국왕립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A)가 골프공 성능을 규제하리라는 전망이 나온 직후여서 더욱 관심을 끈다.

오묘한 시기에 ‘비거리’ 강조

지난달 29일 타이틀리스트는 10세대 Pro v1과 Pro v1x 출시 행사를 열면서 신제품의 슬로건 ‘늘어난 속도(More Speed)’를 공개했다. 볼 스피드는 비거리와 직결된다. 사실상 비거리의 증가를 뜻한다. 우레탄 커버를 17% 얇게 제작했고 빈 공간에 볼 스피드를 향상시키는 케이싱 레이어를 채워 비거리를 늘렸다는 게 타이틀리스트 측의 설명이다.

맷 호그 아쿠쉬네트 이사는 지난달 28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우리 제품은 비거리를 전면으로 내세우지 않았다. 토털 퍼포먼스에는 비거리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라며 “그동안 우리 기술을 이야기했다면 이번엔 소비자가 듣고 싶은 이야기를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타이틀리스트가 골프공 규제설(說)에 정면돌파를 택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앞서 R&A와 USGA가 늘어난 비거리가 골프산업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조사한 ‘비거리 보고서’를 낸 이후 골프공 규제를 둘러싼 논쟁은 꾸준히 흘러나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USGA와 R&A가 덜 날아가는 공을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 데이비드 마허 아쿠쉬네트컴퍼니 사장은 “(공 외에도) 비거리에 영향을 주는 변수가 여럿 있다”고 반대 뜻을 내비쳤다.

호그 이사는 “비거리 보고서와 이번 신제품 슬로건을 연결짓긴 어렵다”면서도 “그동안 골퍼들은 쇼트게임에 중점을 뒀고 우리도 그에 맞춰 골프공을 내놨다. 이번엔 골퍼들이 비거리를 원했고 우리는 그에 맞춰 충실히 개발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더 뜨거워질 비거리 전쟁

골프공 규제설에 주춤거렸던 골프공 비거리 전쟁은 이번 타이틀리스트의 신제품으로 인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안 그래도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하는 타이틀리스트가 스핀양에 이어 비거리까지 장착하면서 경쟁사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타이틀리스트의 Pro v1과 Pro v1x는 높은 가격과 남다른 스핀양으로 그동안 ‘상급자의 공’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Pro v1x 신제품을 구매한 회사원 이윤재 씨는 “비거리 때문에 타이틀리스트 공을 구매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정말 비거리가 늘어나는지 궁금해 사봤다”고 했다.

호그 이사는 “비거리는 늘어났지만 스핀양은 거의 줄지 않았다”며 “테스트 결과 프로 선수들도 이전 제품과 비교해 스핀양의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그린 주변에서 똑같은 퍼포먼스를 제공하면서 비거리를 늘렸다”고 자신했다.

타이틀리스트는 Pro v1 라인업에 처음으로 옐로 컬러를 넣으면서 ‘컬러볼’ 시장 경쟁에도 가세했다. 타이틀리스트는 “그동안 컬러볼에 대한 요구가 꾸준히 있었다”며 “흰색 다음으로 노란색 공을 아마추어들이 원했다. 우레탄에 색을 입히는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오랜 연구를 통해 똑같은 퍼포먼스를 내는 컬러볼을 개발했다”고 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