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은 도구를 탓하지 않는다’는 격언을 골프 세계랭킹 1위 저스틴 로즈(잉글랜드)가 다시 한번 일깨웠다. 아시아 시장에 주력해 온 브랜드인 ‘혼마’를 올해부터 쓰기 시작한 로즈가 2개 대회 만에 우승을 신고했다. 28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토리파인스GC 남코스(파72·7698야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2018~2019시즌 파머스인슈어런스오픈(총상금 710만달러)에서다. 로즈는 이날 최종 4라운드에서 3타를 더 줄였고, 최종합계 21언더파 267타를 쳐 2위 애덤 스콧(호주)을 2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로즈가 이달 초 “더 나아지기 위해 혼마로 바꿨다”는 포부와 함께 혼마와 다년 계약을 맺은 사실을 발표했을 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이는 많지 않았다. 혼마는 아시아 시장에서야 ‘명품’으로 통하지만 골프 본토인 PGA투어에선 로즈가 첫 후원 선수일 정도로 무명에 가까운 브랜드였다. 2010년 중국 자본에 인수된 혼마가 북미 시장에 적극 진출하기를 원하면서 세계 1위 로즈에게 거액을 베팅했다는 설이 더 설득력을 얻었다. ‘럭셔리 브랜드’ 이미지가 짙은 혼마가 퍼포먼스 면에서 얼마나 실력을 발휘할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렸다.

현재로선 로즈와 혼마 모두 ‘윈윈’하는 성과를 거뒀다. 로즈는 14개 클럽 중 11개를 혼마 제품으로 썼다. 드라이버와 아이언, 웨지 등을 혼마 제품으로 챙겨 가방에 넣었다. 물론 퍼터와 공 등은 기존의 것을 그대로 쓰는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그리고 올해 자신의 첫 대회였던 데저트클래식에서 공동 34위로 선전한 뒤 두 번째 대회에 우승하며 세계랭킹 1위 자리를 굳건히 했다. 파머스인슈어런스오픈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와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등 스타 선수들이 총출동한 대회였던 만큼 로즈의 우승은 더 큰 의미로 다가온다. 로즈와 계약설만으로도 주가가 30% 상승했던 혼마도 이번 결과로 북미 시장에 강한 인상을 심어줄 것으로 분석된다.

대회가 열린 토리파인스에서만 8승을 거둔 우즈는 텃밭에서 마지막 날 저력을 발휘했다. 그는 공동 48위에서 시작했으나 이날만 5타를 줄이면서 최종합계 10언더파 278타 공동 20위로 대회를 마쳤다.

강성훈(32)은 10언더파를 적어내 공동 20위로 한국 선수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3라운드까지 단독 4위에 있던 재미동포 더그 김은 이날 3타를 잃어 공동 20위로 내려왔다. 김시우(24)는 8언더파 공동 29위를 기록했다. 2017년 8월 군 제대 후 첫 톱10에 도전했던 배상문(33)은 최종 라운드에서 3타를 잃었고 최종합계 7언더파로 공동 35위의 결과에 만족해야 했다. 공동 35위는 그가 올 시즌 참가한 7개 대회에서 제출한 성적표 중 가장 높은 순위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