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골프 9년 무관 안송이 "이젠 내 차례라는 느낌이…"
"이젠 내 차례라는 느낌이 올해 들어 팍팍 와요.

고질이던 OB가 없어지니 경기가 한결 수월하게 풀리고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9년 차 안송이(28)는 '제2의 김해림'이나 '제2의 김지현'으로 꼽으라면 누구나 맨 먼저 지목하는 선수다.

김해림(29)과 김지현(27)은 KLPGA투어에서 '대기만성'의 상징이다.

김해림은 9년 차이던 2016년에 통산 130번째 출전한 대회에서 우승 물꼬를 트더니 이후 메이저대회 2승을 포함해 통산 6승을 쓸어담았다.

7년 동안 124번째 대회까지 무승에 허덕이다 지난해 첫 우승의 감격을 누린 김지현 역시 이후 메이저대회를 비롯해 2승을 더 보태 KLPGA투어 간판선수로 변신했다.

KLPGA투어 안팎에서는 김해림이나 김지현처럼 한번 터지면 걷잡을 수 없이 폭발할 대형 휴화산이라면 누구나 안송이를 꼽는다.

투어 경력과 경기력을 보면 당장 우승해도 이상할 게 없다는 평가다.

11일 경기도 용인시 수원 컨트리클럽 뉴코스(파72)에서 열린 KLPGA투어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 1라운드를 3언더파 69타를 쳐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안송이는 "휴화산이 활화산으로 바뀔 것 같다는 느낌이 작년부터 부쩍 든다"고 말했다.

이 대회는 안송이가 193번째 출전한 대회다.

안송이는 생애 첫 우승에 대한 염원이 점점 현실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근거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올해부터 티샷 OB가 사라졌다.

작년까지는 경기당 꼭 하나씩 OB를 내곤 했다.

한꺼번에 와장창 스코어를 까먹는 일이 없어졌다는 뜻이다.

"
KLPGA투어에서 손꼽는 장타자 안송이는 올해부터 비거리를 10야드 이상 줄였다.

대신 샷 정확도를 끌어올리는 데 주력했다.

"그동안 멀리 칠 줄만 알았다"는 안송이는 "티샷 불안이 사라지니 경기가 한결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워낙 장타자였기에 비거리가 10야드가량 줄어도 거리 부담은 없다.

두 번째는 경기 운영 능력이다.

안송이는 그동안 우승 기회가 더러 있었지만, 제풀에 주저앉곤 했다.

"전에는 그냥 샷만 잘하면 다 되는 줄 알았지만, 작년부터 코스 매니지먼트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안송이는 "예전에는 경기 중에 찬스가 온 지도 몰랐다.

지나고 나니 그게 나한텐 우승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기회였더라. 이제는 찬스가 오면 그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세 번째는 없던 배짱이 생겼다는 사실이다.

김해림이나 김지현 역시 첫 우승 전까지는 '심약하다'는 꼬리표를 달고 다녔다.

안송이도 한때 '최종일 울렁증'을 호소한 적이 있다.

안송이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걸 부담스러워했다.

잘 치고 있다가도 미디어의 주목을 받을 생각을 하면 떨렸다"고 털어놨다.

안송이는 "지금도 주목받는 게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첫 우승을 꼭 해내고 싶은 욕구가 훨씬 강해졌다"면서 "우승 기회가 와도 이제는 더는 떨리지 않을 것"이라며 말했다.

안송이는 "오늘도 경기가 생각대로 잘 풀렸다"면서 "아직 첫날이라 조심스럽긴 하지만 이번 대회가 '그때'가 되었으면 좋겠다"며 활짝 웃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