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언제쯤"… 우승 목마른 '해외 유턴파'
‘K골프=글로벌 여자 골프의 표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와 함께 세계 2대 투어로 꼽힌다. 해외 투어에서 활약하다 국내로 돌아온 이른바 ‘유턴파’들도 비약적으로 성장한 K골프의 한 축을 맡고 있다.

“이젠 내 차례!”

LPGA 투어에서 복귀한 장하나(26·비씨카드)를 비롯해 박주영(28·동부건설), 이선화(32·올포유), 백규정(23·SK네트웍스) 등 4명의 ‘미국파’와 정연주(26·SBI저축은행), 나다예(33), 김나리(32·메디힐) 등 3명의 ‘일본파’가 그들이다.

‘실패한 해외 진출’이란 시선을 감수하고도 이들이 국내 투어 복귀를 감행한 것은 ‘새로운 기회’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문제는 그 사이 놀랍게 높아진 K골프 수준이다. 대회 때마다 ‘톱10’에 드는 것조차 버거워지고 있다. 장하나가 올 시즌 첫 우승 테이프를 끊기까지 복귀파들은 한 번도 국내 투어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했다. 2015년 한 해 LPGA를 뛰다 이듬해 돌아온 박주영은 복귀 첫해 삼다수오픈 준우승 등 톱10에 다섯 차례 들며 가능성을 보여주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해엔 이렇다 할 성적 없이 상금 순위 58위(1억134만원)로 간신히 시드를 유지하는 데 그쳤다. 2016년 일본 무대에서 국내 무대로 선회한 나다예는 지난해 톱10에 두 차례 드는 등 반짝 기세를 올렸다. 하지만 역시 상금 순위 57위(1억415만원)로 뒷걸음질쳐 아쉬움을 남겼다. 올해는 후원사도 잃어 ‘빈 모자’다. 2016년 KLPGA 정규 투어에 복귀한 김나리는 지난해 성적 부진으로 올해 조건부 시드로 간간이 투어를 뛰고 있다.

그나마 LPGA 통산 4승을 거두고 2016년 한국으로 돌아온 이선화가 올해 첫 출전 대회인 효성챔피언십에서 8위에 오르는 등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우승 경쟁을 하고 있고, 일본 투어 챔피언 출신인 정연주가 2016년부터 매년 톱10에 한 번 이상 이름을 올리며 ‘우승후보군’으로 분류돼 유턴파의 자존심을 지키는 정도다. 복귀파의 맏언니 격인 이선화는 “한국 골프 수준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는 걸 매년 피부로 느낀다. 연습량도 엄청나다. 더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장하나 독주 견제 누가?

상황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4일 강원 춘천의 엘리시안 강촌 컨트리클럽(파71·6383야드)에서 막을 올린 KLPGA 투어 교촌허니 레이디스 오픈(총상금 5억원·우승상금 1억원)부터가 그렇다. 올 시즌 첫 멀티챔프에 오르며 이들에게 ‘자극제’ 역할을 한 장하나가 오히려 ‘넘어야 할 산’으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지난 3월 한국투자증권챔피언십과 4월 크리스 F&C KLPGA챔피언십 등 2승을 올린 장하나는 이날 첫 라운드를 2언더파 69타로 마쳤다. 강풍이 부는 악천후 탓에 보기 3개를 내줬지만 버디 3개를 잡아냈고, 이글 1개를 보태 시즌 3승 발판을 마련했다. 장수연이 4언더파로 2타 차 단독 선두로 나선 가운데 박결, 이정민 등과 함께 공동 2위다. 백규정이 선두에 3타 뒤진 1언더파 공동 5위를 달리고 있다.

이번 대회에선 해외투어 초청 선수들도 복귀파의 경쟁 상대다. 일본 투어를 뛰다 대회 3연승을 목표로 출전한 김해림, 후원사 대회에 출전한 LPGA의 이정은5가 정연주와 같은 이븐파로 선두 경쟁에 뛰어들었다. 2016년, 2017년 이 대회에서 거푸 트로피를 들어올린 김해림은 일본에서 같은 기간 열리는 메이저 대회 살롱파스컵을 제치고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 김해림은 “대회 3연승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