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의 부활을 목도한 ‘타이거 키즈’가 순위표 상위권을 대거 점령했다. 마치 “차기 황제 자리는 내것”이라는 시위를 하는 듯했다.

마스터스 마지막날 챔피언조로 경기한 패트릭 리드(28·미국)와 로리 매킬로이(29·북아일랜드)의 게임은 ‘복수혈전’처럼 전개됐다. 매치 플레이를 연상케할 정도로 강한 펀치를 주고 받았다. 둘은 2016년 라이더컵(유럽과 미국 골프대항전)에서 1대1 승부를 벌였고, 미국 대표로 나선 리드가 매킬로이를 제압하고 미국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리드의 이름 뒤에 ’캡틴 아메리카‘란 별명이 붙었다.

이번엔 매킬로이가 되갚을 차례. 하지만 결과는 리드의 완승이었다. ‘마스터스의 상징’ 그린 재킷도 리드의 차지가 됐다.

리드는 8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GC에서 끝난 제82회 마스터스 토너먼트대회에서 15언더파 273타를 기록해 생애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를 제패했다. 마스터스 다섯 번 도전 끝에 얻어낸 우승이자 통산 6승째다. 2016년 8월 바클레이스 대회 우승 이후 1년 8개월만의 우승이었다. 우승상금은 198만달러(약 21억원). 2위그룹에서 리드와 매킬로이를 추격했던 리키 파울러(30·미국)가 14언더파로 2위를 차지했다. 3위는 2015년 마스터스 챔피언인 조던 스피스(25·미국)에게 돌아갔다. 모두 세계 남자골프를 대표하는 ‘차세대 황제’들이다.

매킬로이를 3차 차로 앞선 채 최종일에 나선 리드는 1번홀(파4)에서 1타를 내주며 다소 더딘 출발을 했다. 전반 버디 2개,보기 2개로 추격자들을 따돌리지 못했다. 하지만 매킬로이의 추격은 더 더뎠다. 전반에 버디 2개,보기 3개로 1타를 오히려 잃었다. 리드와의 격차는 4타 차까지 벌어졌다. 후반에서도 매킬로이는 1타를 더 잃었다. 마지막날 2오버파를 적어낸 매킬로이의 최종성적은 9언더파. 손에 들어온 듯했던 커리어 그랜드슬램은 또 다시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 공동 5위. 매킬로이는 US오픈과 PGA챔피언십,브리티시오픈 등 메이저 대회 4개중 3개를 모두 제패했지만 나머지 한 개의 퍼즐인 마스터스에서는 우승하지 못했다. 리드와의 복수혈전에서도 명예회복은 실패했다.

또 다른 ‘영건들의 매치’로 관심을 모은 욘람(24·스페인)과 파울러의 대결도 시작부터 팽팽하게 흘렀다. 하지만 ‘위기’가 둘의 운명을 갈랐다. 욘람은 15번홀(파5) 워터해저드에 빠졌고, 파울러는 16번홀(파3) 벙커에 빠졌다. 람은 결국 해저드에서 1타를 잃어 동력을 잃은 뒤 16번홀, 17번홀(파4)과 18번홀(파4)에서 파에 그치며 선두경쟁에서 완전히 멀어졌다. 반면 파울러는 벙커샷을 파로 지켜낸 덕에 가까스로 선두 추격의 불씨를 살려냈다. 18번홀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최종일 5언더파,합계 14언더파로 준우승을 이끌어 냈다.

소리없이 쫓아온 선수는 아무도 생각지 못했던 스피스였다. 이날만 8타를 줄여내며 무섭게 선두를 추격했다. 전반에만 보기 없이 버디 5개를 잡아낸 스피스는 후반 들어서도 속력을 줄이지 않았다. 2016년과 지난해 악몽같았던 ‘아멘코너’ 12번(파3)홀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징크스’를 떨쳐낸 그는 13번(파5)에서 러프에서의 2온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워 연속버디를 잡아냈다. 기세는 사그라들지 않았다. 15번(파5),16번홀(파3)에서도 또 다시 연속 버디를 잡아냈다. 여기까지가 9언더파. 마지막 18번홀(파4) 티샷이 페이드가 걸리지 않고 똑바로 날아간 게 문제였다. 나무를 맞고 뒤로 튄 공을 세 번만에 그린에 올린 그는 2m남짓한 파퍼트를 실패해 보기를 범하고 말았다. 합계 13언더파. 스피스의 불꽃은 거기까지 타올랐다. 3라운드까지 5언더파를 쳐 스피스와 함께 경기한 절친 토머스는 마지막날 1타를 더 잃어 최종합계 4언더파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토머스는 스피스가 TV중계에 계속해서 잡히는 사이 좀처럼 얼굴을 보기 힘들었을 정도로 경기가 풀리지 않았다.

한국 선수 중 유일한 출전자였던 김시우(22·CJ대한통운)는 마지막날 버디 4개 보기 3개로 1언더파를 치는 기염을 토했다. 최종합계 1언더파 공동 24위. 한국계 미국인인 아마추어 덕 김(22)이 공동 50위(8오버파)를 기록해 아마추어 출전자 6명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덕 김은 이번 대회에서 유일하게 이글 3개를 쓸어담았다.

40대 우승 후보자로 관심을 모았던 타이거 우즈(43·미국)와 필 미컬슨(48·미국)이 이날 각각 3언더파,5언더파를 치며 막판 뒷심을 발휘했지만 ‘40대의 반란’은 미완으로 끝이났다. 결국 우즈가 1오버파 32위, 미컬슨이 2오버파 36위로 대회를 끝마치며 영건들에게 ‘명인열전’의 주인공 자리를 내줬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