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스 이모저모] 금녀 벽 깨는 오거스타 내셔널GC
여자골프선수들도 마스터스 골프 토너먼트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GC에서 라운드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프레드 리들리 오거스타 내셔널GC 및 마스터스 골프 토너먼트 회장은 4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여자골프를 발전시키고 여자선수들에게 꿈을 실현할 기회를 주기 위해 ‘오거스타 내셔널 위민스 아마추어챔피언십’을 창설했다”고 발표했다.
오거스타 내셔널GC 클럽하우스 뒤편. 내년부터 여자골프선수들도 이 곳을 통해 클럽하우스로 들어갈 수 있게 됐다.  사진=마스터스 홈페이지
오거스타 내셔널GC 클럽하우스 뒤편. 내년부터 여자골프선수들도 이 곳을 통해 클럽하우스로 들어갈 수 있게 됐다. 사진=마스터스 홈페이지
이 대회는 내년부터 매년 4월 마스터스 직전 주에 54홀 스트로크플레이로 열린다. 1,2라운드는 다른 골프장에서 치르고, 최종 3라운드는 오거스타 내셔널GC에서 벌인다. 내년의 경우 1,2라운드를 치를 곳은 오거스타에 있는 리트리트GC다.

대회에는 72명이 초청된다. US여자아마추어챔피언십 등 비중있는 대회 우승자들과 아마추어골프 세계랭킹 상위권 선수들이 초청대상이다. 2라운드 후 상위 30명이 커트를 통과해 최종라운드에서 우승을 다툰다.

이 대회 우승자에게는 향후 5년간 대회 출전권 및 그 해 US여자오픈, 브리티시여자오픈, 그리고 미국골프협회(USGA)와 R&A 등에서 주최하는 아마추어대회 출전권을 준다.

오거스타 내셔널GC는 그동안 아시아·태평양아마추어챔피언십, 라틴아메리카아마추어챔피언십 및 ‘드라이브, 칩&퍼트’ 대회를 만들어 세계 골프발전에 이바지해왔다. 그렇지만 “오거스타 내셔널GC가 여자골프 발전에도 공헌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 대회 입장권은 구매 신청자를 대상으로 랜덤으로 추첨해 판매된다.

오거스타 내셔널은 1933년 문을 연 이후 남성에게만 회원 가입을 허용, 한때 금녀(禁女)의 공간'으로 악명이 높았다. 지난 2002년 마스터스 대회에서 여성 운동가들이 여성에게도 문을 열라며 시위를 벌이자 후티 존슨 당시 회장이 "목에 칼이 들어와도" 여성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맹세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거스타 내셔널은 80년간의 남성 전용 회원정책을 끝내고 2012년 처음으로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과 사업가 달라 무어 여성 회원으로 받아 들였다. 이후 여성 회원의 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리들리 회장은 밝혔다.
4일 열린 파3 컨테스트에서 잭 니클로스의 캐디로 나서 홀인원을 기록한 게리 니클로스 주니어(오른쪽)가 할아버지와 함께 기뻐하고 있다. [사진=마스터스 홈페이지]
4일 열린 파3 컨테스트에서 잭 니클로스의 캐디로 나서 홀인원을 기록한 게리 니클로스 주니어(오른쪽)가 할아버지와 함께 기뻐하고 있다. [사진=마스터스 홈페이지]
잭 니클로스 캐디로 나선 15세 손자가 파3 컨테스트에서 생애 첫 홀인원 기록

잭 니클로스의 손자가 4일 열린 ‘파3 컨테스트’에서 홀인원을 기록해 우레소리같은 박수를 받았다. 게리 니클로스 주니어(15)는 이날 ‘마스터스의 전설’인 할아버지의 백을 메고 컨테스트에 임했다. 그는 9번홀(길이 135야드)에서 할아버지와 동반자(게리 플레이어, 톰 왓슨)들의 동의를 얻어 샷을 할 기회를 얻었다. 그가 47도 웨지로 친 샷은 홀 오른쪽 8m 지점에 떨어진 후 경사를 타고 굴러 홀로 떨어졌다. 그의 할아버지는 손자의 생애 첫 홀인원을 직접 목도하고 눈시울을 붉힐만큼 감격해했다.

파3 컨테스트에서는 ‘노장’ 톰 왓슨(69·미국)이 6언더파를 기록하며 우승했다. 왓슨은 1982년에도 파3 컨테스트에서 우승했다. 마스터스에서 두 번(1977,1981년) 우승한 왓슨은 지난해부터 본대회에 출전하지 않고 있다. 이로써 ‘파3 컨테스트 우승자는 그 해 본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한다’는 마스터스 징크스는 계속 남아있게 됐다.

오거스타 내셔널GC 5번홀 그림. 맨 아래 나무를 자른 후 티잉 그라운드를 뒤로 물려 전장이 늘어난다.
오거스타 내셔널GC 5번홀 그림. 맨 아래 나무를 자른 후 티잉 그라운드를 뒤로 물려 전장이 늘어난다.
선수들 장타력에 대응해 5, 13번홀 전장 늘릴 계획

오거스타 내셔널GC가 또 몇몇 홀의 길이를 늘릴 계획을 밝혔다. 계획에 따르면 올해 대회가 끝난 후 5번홀(길이 455야드)의 티잉 그라운드를 뒤로 더 물려 전장을 늘린다. 이 홀은 역대 평균타수 4.26타로 18개홀 가운데 난도(難度) 랭킹 5위에 든다. 그런데도 전장을 늘리는 것은 더 도전적인 홀로 꾸미기 위해서다. 또 해마다 늘어나는 선수들의 드라이빙 거리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오거스타 내셔널GC가 최근 수차례 전장을 늘리자 이 대회에서 최다승(6승)을 거둔 잭 니클로스는 “이러다가 오거스타 시내 중심가에서 티샷을 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니클로스는 볼의 성능을 제한하는 조치를 촉구해왔다. 오거스타 내셔널GC는 또 13번홀 티잉 그라운드 뒤쪽에 있는 오거스타컨트리클럽의 땅을 매입해 그 홀의 전장(길이 510야드)을 늘릴 계획도 있다.
[마스터스 이모저모] 금녀 벽 깨는 오거스타 내셔널GC
오거스타(美 조지아주)=김경수 골프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