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의 2018 마스터스 리포트

1968년 '버디'를 '파'로 적은 바람에 아르헨티나 첫 우승 놓쳐
파머의 제2의 볼 사건,우즈의 '드롭 게이트'도 한 페이지 장식
中 14세 관톈랑은 슬로 플레이로 1벌타 받고도 최연소 커트 통과
마스터스 사상 최악의 골프규칙 관련 해프닝의 당사자는 빈센조

흔히 ‘골프는 심판이 없고, 플레이어 스스로 심판을 하는 경기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말은 100% 맞는 말은 아니다.

승부를 다투는 중요한 경기, 1타차로 우승이 결정되고 몇 억원이 가름나는 프로들의 경기에서는 반드시 심판이 있다. 골프는 넓은 코스에서 하는 경기이기 때문에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모른다. 가능성이 있는 모든 상황에 대해 선수들이 다 잘 알 수 없기 때문에 심판이 필요하다. 물론 심판이 모든 것을 잘 알고, 항상 적확한 판정을 하는 것은 아니다.

마스터스 골프 토너먼트는 세계 최고의 대회인 까닭에 더더욱 규칙과 관련한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그 중에는 규칙을 잘 못 이해하거나 오해해 1타차로 우승이 오간 것도, 선수에 따라 규칙이 다르게 적용되기도 한 케이스도 있다. 지난해까지 81회가 열리는 동안 마스터스에서 나온 규칙 관련 주요 해프닝을 요약한다.


◆“이런 멍텅구리 같으니라고!”…골프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일

아르헨티나는 ‘축구의 나라’로 알려졌지만, 골프 역사도 긴 편이고 유명 골퍼들도 배출했다. 지금은 에밀리아노 그리요, 안드레스 로메로, 앙헬 카브레라의 이름이 낯익지만, 그 나라 골프의 선구자는 로베르토 데 빈센조(1923∼2017)다. 그는 미국PGA투어 6승을 포함해 프로통산 231승을 거뒀다.

빈센조는 1968년 마스터스 최종일 우승을 다퉜다. 그 전년도 디 오픈에서 우승한 터라 그의 상승세는 거침없어 보였다. 그는 17번홀(파4)에서 어프로치샷을 홀에 붙여 가볍게 버디 퍼트를 성공했다. 그런데도 그의 마커이자 동반 플레이어인 토미 애런(미국)은 빈센조 카드의 17번홀 스코어란에 파를 뜻하는 ‘4’를 적었다. 빈센조는 스코어카드를 제출할 때까지 그 사실을 몰랐다. 18번홀(파4)에서 보기를 해 낙담해있던 터라 정신이 없었기도 했다. 또 당시 스코어카드 접수처는 갤러리 통제 로프 바로 안에 칸막이없는 테이블로 마련돼 있어서 주위가 어수선한 탓도 있었을 법하다.

규칙상 한 홀 스코어를 실제 스코어보다 많게 적어내면 그대로 인정된다. 물론 적게 적어내면 실격이다. 빈센조는 그 1타 때문에 연장전에 들어가지 못하고 2위에 만족해야 했다. 빈센조는 “이런 멍텅구리 같으니라고!”라고 자책했으나 실수를 되돌릴 수는 없었다. 빈센조가 당시 우승 기회를 놓치고 41년이 흐른 2009년 카브레라는 아르헨티나 선수로는 처음으로 마스터스 ‘그린 재킷’을 걸쳤다. 만감이 교차했을 것임은 물론이다.

빈센조의 사례는 골프 역사상 가장 안타깝고도 비극적인 규칙관련 ‘사건’으로 꼽힌다. 오거스타 내셔널GC측에서는 그 다음해부터 18번홀 그린 뒤에 텐트를 치고 그 곳에서 스코어카드를 받았다. 선수들이 좀더 조용한 상태에서 꼼꼼하게 스코어를 점검하게 하려는 의도였다.

◆아놀드 파머의 ‘찝찝한’ 첫 승

아놀드 파머(1929∼2016·미국)는 마스터스에서 4승을 올렸다. 잭 니클로스(미국·6승) 다음으로 많은 승수로, 타이거 우즈(미국)와 이 부문에서 동률이다. 파머는 1958년 처음 그린 재킷을 입었는데, 뒷말이 많았다.

최종일 1타차 선두를 달리던 파머의 12번홀(파3) 티샷이 그린 뒤 무른 땅에 박혔다. 경기위원은 “구제받을 수 없다”고 재정했다. 파머는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 때문인지 원구를 친 다음에 제2의 볼을 플레이했다. 그 홀 스코어는 원구로 플레이한 것이 더블 보기, 제2의 볼로 플레이한 것은 파였다. 그런데 경기위원은 15번홀에 이르러 파머의 12번홀 스코어를 제2의 볼로 플레이한 파로 정정했다. 그 전에 파머는 13번홀에서 이글을 잡으며 상승세에 가속을 붙이고 있었다. 파머는 결국 그 해 처음 마스터스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당시 경기위원의 판정 번복도 그랬지만, 파머가 원구를 플레이하고 난 후 제2의 볼을 플레이했다고 하여 구설에 올랐다. 스트로크 플레이에서 규칙 해석에 자신이 없을 경우 제2의 볼을 플레이할 수 있는데, 원구를 플레이하기 전에 동반자나 마커에게 알려야 한다.
타이거 우즈가 2013년 마스터스 2라운드 15번홀에서 세 번째 샷을 물에 빠뜨린 후 원위치에서 드롭하는 옵션을 택했다. 그러나 드롭한 지점은 종전 쳤던 지점에서 2야드 후방인 것으로 알려져 뒷말이 무성했다.  /골프다이제스트 홈페이지

타이거 우즈가 2013년 마스터스 2라운드 15번홀에서 세 번째 샷을 물에 빠뜨린 후 원위치에서 드롭하는 옵션을 택했다. 그러나 드롭한 지점은 종전 쳤던 지점에서 2야드 후방인 것으로 알려져 뒷말이 무성했다. /골프다이제스트 홈페이지

◆타이거 우즈의 ‘드롭 게이트’

2013년 2라운드 15번홀(파5)에서 벌어진 일이다. 우즈의 서드샷이 잘 맞았는가 싶더니 깃대를 정면으로 맞히고 앞으로 굴러 그린앞 워터 해저드에 빠졌다. 우즈는 1벌타 후 종전 쳤던 곳에서 다시 치는 옵션을 택했다. 그런데 원래 자리에 드롭하지 않고, 그보다 두 걸음 뒤에 드롭했다. 이는 라운드가 끝난 후 한 시청자가 제보해서 알려졌다. 경기위원회에서는 비디오 판독 끝에 우즈의 드롭에 잘못이 없다고 판정했다.

그런데 우즈의 인터뷰가 사단이 됐다. 우즈는 기자들에게 “원래 쳤던 곳보다 2야드 뒤쪽에 드롭하고 쳤다”고 말해버렸다. 경기위원회의 판정을 뒤집는 것이었다. 당연히 ‘오소 플레이’로 2벌타를 받았어야 했고, 그것을 감안하지 않은 스코어카드를 냈기 때문에 스코어 오기로 실격을 당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우즈에게 ‘면죄부’를 준 경기위원회의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골프 황제’에게 약한 위원회의 모습이어서 그랬는지, 이를 두고 ‘우즈의 드롭 게이트’라는 말이 생겼다.

◆中 14세 소년, 너무 ‘느긋한 플레이’로 벌타 받아

중국의 소년 관톈랑은 2012년 아시아·태평양 골프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마스터스 출전 티켓을 땄다. 만 14세의 나이로 오거스타 내셔널GC를 밟은 그는 역대 최연소로 커트를 통과해 다시한번 세계 골프계를 놀랬다.

더욱이 관톈랑은 그 해 2라운드에서 슬로 플레이를 1벌타를 받고도 3,4라운드에 진출했다. 그에게 벌타를 준 장본인은 유러피언투어의 베테랑 경기위원 존 파라모였다. 파라모는 선수를 가리지 않고 엄격한 규칙 잣대를 들이대는 것으로 정평난 사람이다.

만 19세인 관톈랑은 지금 미국 애리조나대 1학년이다. 올해 대회에 출전한 중국 선수는 두 명인데, 한 명은 세계랭킹 42위인 프로 리 하오통이고, 한 명은 지난해 아시아·태평양아마추어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린유신(17)다. 중국 골프는 관톈랑의 벌타를 딛고 미래를 향해 빠른 걸음을 걷고 있다.

오거스타(美 조지아주)=김경수 골프칼럼니스트
마스터스 사상 최악의 골프규칙 관련 해프닝의 당사자는 빈센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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