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가 쉬워졌어요.”

‘돌아온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의 말이 의미심장하다. 네 번의 허리 수술을 받고 1년여의 공백 끝에 복귀해 “오래가지 못할 것”이란 평을 많이 듣던 터였다. 지난해 말 이벤트 대회인 히어로월드챌린지에서 “마스터스 우승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히자 ‘다시 아프지 않으면 다행’이란 말이 나왔다. 하지만 이번엔 그의 말이 골프계를 뒤흔들고 있다. 1996년 데뷔 이후 79승(메이저 14승)을 수확한 그가 80승을 채울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우즈는 26일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혼다클래식을 공동 12위로 끝냈다. 나흘간 버디 13개, 더블보기 3개, 보기 7개를 엮어 이븐파를 쳤다. 기대했던 ‘톱10’에는 진입하지 못했다. 골프계는 숫자보다 그의 달라진 눈빛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우즈는 경기가 끝난 뒤 “지난 며칠간 골프가 쉽게 느껴졌다”고 했다. “내 앞날을 나도 알 수 없다.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쓴웃음 짓던 올초의 그와는 판이한 자신감이다. 골프채널은 “고도로 집중하던 전성기 때의 눈매가 살아났다”고 표현했다.

혼다클래식은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가든스의 PGA내셔널 챔피언코스(파70)에서 열렸다. 어지간한 챔피언들도 ‘공포를 느낀다’고 털어놓을 정도로 강풍과 해저드가 악명 높은 곳이다. 이번 대회 디펜딩 챔피언 리키 파울러가 7오버파로 커트 탈락한 것을 비롯해 케빈 키스너와 데이비드 링머스(이상 9오버파), 패튼 키자이어(12오버파) 등 젊은 챔피언들이 아마추어 스코어를 써내며 줄줄이 낙마했다. 스마일리 카우프만은 23오버파를 쳤다.

우즈는 이번 대회에서 힘과 기술에서 모두 ‘영건’들에 못지않았다. 이번 대회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가 319야드였다. 출전 선수 중 3위의 장타다. 361야드도 두 번이나 때렸다. 볼 스피드가 184마일(294㎞)까지 나왔다. 올해 PGA투어에서 볼 스피드 185마일을 넘긴 선수는 4명에 불과하다.

2주 연속 출전했지만 지치지도 않았고 쇼트게임도 정교해졌다. 30% 수준이었던 페어웨이 안착률이 58.9%로 올라갔다. 그린 적중률이 66.7%로 10위였다. 가장 까다로운 홀인 ‘베어트랩(15~17번홀)’에서 8타를 잃지 않았다면 연장전에서 루크 리스트를 꺾고 우승한 ‘차세대 황제’ 저스틴 토마스(8언더파)와 같은 타수를 칠 뻔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