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동 마케팅 앞세운 '왁(WAAC)' 필드 멋쟁이 시선 '확'
토종 골프웨어 브랜드 왁(WAAC)이 악동 캐릭터를 내세워 30대 젊은 골퍼를 붙드는 데 성공했다. 기존의 예쁘고 단정한 골프웨어 이미지에서 탈피해 뿔 달린 캐릭터를 앞세우고 뛰어난 기능성과 개성 있는 스타일로 소비자를 사로잡았다. 출범 1년 만에 11개 매장으로 늘었고, 연말까지 25개로 확대할 예정이다.

‘악동’ 내세워 차별화 성공

왁은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코오롱FnC)이 지난해 5월 선보였다. 왁은 당초 골프웨어 브랜드 엘로드의 기능성 제품이었지만 소비자의 호응이 크자 독립 브랜드로 격상시킨 것. 왁(WAAC)은 ‘기필코 승리한다(Win At All Cost)’는 말의 약자다. 이 브랜드를 담당한 김윤경 코오롱FnC 브랜드 개발 및 마케팅 부장은 “강한 승리에 대한 열정을 재치있게 표현했다”며 “때로는 상대방의 집중력을 흐리게 하고 실수를 유발해 승리한다는 악동 이미지도 입혔다”고 설명했다.

이 브랜드의 캐릭터인 왁키(WAACKY)가 악동 역할을 맡았다. 머리 양쪽에 뿔이 난 왁키는 자신의 주인을 보호하면서 상대방을 괴롭힌다는 설정이다. 김 부장은 “골프는 무엇보다 재미있어야 한다”며 “골프웨어가 골프의 재미를 더하는 요소가 될 수 있도록 눈에 확 띄는 패턴을 디자인 전면에 내세웠다”고 말했다. TV 광고도 독특하다. 런웨이에 모인 모델들이 화려한 조명과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선수 또는 모델이 샷을 하는 장면을 담는 일반 골프웨어 광고와 다르다. 개성있고 활동적인 사람을 위한 골프웨어임을 강조한 것이다.

악동 마케팅 앞세운 '왁(WAAC)' 필드 멋쟁이 시선 '확'
기능성도 빼놓지 않았다. 프로골퍼 출신인 김 부장은 “예쁘기 만하고 기능성이 떨어지는 골프웨어는 경쟁력이 없다”며 “언더아머, 나이키 같은 브랜드에 뒤지지 않는 기능성을 갖추면서 패션도 포기하지 않는 것이 왁의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현직 골퍼들의 조언을 적극 반영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활동하는 케빈 나(한국명 나상욱)는 왁을 착용하면서 회사 측에 피드백을 주는 한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브랜드를 적극 홍보하고 있다.

회사 측은 30~40대 초반 젊은 소비자를 타깃으로 잡아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한 마케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 4월 KG·이데일리레이디스오픈에서 우승한 김지현(26·한화) 등 왁 의류를 입은 선수들이 올 들어 좋은 성적을 내며 브랜드 인지도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코오롱FnC 측은 모바일 쇼핑에 최적화해 장기적으로 온라인 판매 비중을 70% 이상으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골프웨어 브랜드 홍수, 명암 엇갈려

볼빅브이닷, LPGA, PXG 등 10여 개 신규 브랜드가 지난 2년간 국내 골프웨어 시장에 등장했다. 3조원 규모의 골프웨어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체성을 확립한 브랜드와 그렇지 못한 브랜드 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뚜렷해지고 있다.

2013년 의류 사업을 시작한 타이틀리스트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60% 늘었다. 골프웨어 사업은 매년 60~70% 성장했다. 이 브랜드의 김현준 홍보팀장은 “공과 클럽 매출이 여전히 크지만 골프웨어 부문 매출도 큰 성장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같은해 의류 시장에 진출한 캘러웨이도 지난해 급성장한 데 이어 올 상반기에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배우 전지현을 모델로 내세운 볼빅브이닷은 기존 골프공 브랜드 볼빅의 인지도를 이용해 의류 시장에 진출했다. 이 업체는 올 상반기 55개 대리점을 확보하고, 향후 93개 점을 열어 올해 매출을 440억원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PXG 의류도 매출 규모가 크진 않지만 클럽 소비자의 충성도가 높아 버티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신규 브랜드는 매출 성장세가 약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웃도어의 인기가 골프웨어로 옮겨오면서 시장에 활기가 도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골프웨어 전체 시장이 크게 확대된 것은 아니어서 상당수 브랜드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