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라이프] "1~5㎝ 초단거리 퍼팅 훈련…내리막 공포 줄어들죠"
“장타에 쏟는 관심의 절반만이라도 퍼팅에 투자하면 골프가 완전히 달라질 텐데 그걸 잘 못하더라고요. 하하!”

오죽 답답했으면 자비를 들여 책을 냈을까. 제목이 퍼팅의 비밀이다. 골프로 속앓이하는 지인들에게 돌릴 요량으로 만든 이 ‘비매품’은 그러나 얼마 안 가 재인쇄에 들어가야 했다. 이메일 전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으로 “책을 꼭 구하고 싶다”는 골프마니아들의 ‘간청’이 폭주했기 때문이다. 5개월도 안 돼 제작 실비를 받고 한두 권씩 보내준 책이 2000권을 넘어섰다. 저자가 박경호 프로(47·사진)다.

◆자신의 ‘사정거리’를 파악하라

그는 요즘 말로 ‘먹물프로’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행정고시에 합격했고 보스턴컨설팅 이사로 일했다. 그러다 고시 합격 동기생인 아내와 함께 2004년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이게 골프의 세계로 빠져드는 계기가 될 줄은 자신도 몰랐다고 했다. 샌디에이고골프스쿨을 졸업한 그는 2007년 귀국해 2012년까지 골프교습가, 방송진행자, 골프장 지배인 등으로 일하다 지금은 저술과 강연, 경영컨설팅에 집중하고 있다. 126타 ‘백돌이’에서 언더파 고수로 거듭나기까지의 험로를 담은 그의 골프 입문기 126타에서 70타까지는 골프계의 대표적인 베스트셀러다.

[골프&라이프] "1~5㎝ 초단거리 퍼팅 훈련…내리막 공포 줄어들죠"
“열 번 시도했을 때 50% 정도 성공하는 거리가 자신만의 사정거리입니다. 이걸 모르니까 불안한 겁니다. 이 사정거리를 조금씩 늘리는 연습을 하면 15~20m쯤 되는 먼 거리 퍼팅을 해도 3퍼트를 하지 않을 자신이 생기는 거죠.”

OK목장의 결투, 출발 동서남북, 룰렛, 사다리 타기 등 그가 제시하는 퍼팅 연습 방법은 이름부터 흥미롭다. 하지만 방점은 같다. 1~2m짜리 짧은 퍼팅의 중요성이다.

“이 구간에서 한 번에 끝내는 이와 자신 없이 두세 번 오락가락하는 사람과의 타수 차는 최소 10타 이상입니다. 그 구간 퍼팅 연습이 결국 싱글로 가는 관문이라는 얘기죠.”

[골프&라이프] "1~5㎝ 초단거리 퍼팅 훈련…내리막 공포 줄어들죠"
시간과 비용에 쫓기는 아마추어들에겐 비현실적인 게 아닐까. 그는 내리막 쇼트퍼팅 연습을 권했다. 1~5㎝짜리 초단거리 스트로크다. 퍼터만 있으면 언제 어디에서든 할 수 있는 무비용, 무위험 타수 줄이기 훈련이다.

“이 짧은 퍼팅 스트로크의 중요성을 아는 골퍼가 의외로 많지 않아요. 가파른 내리막에서 살짝 대기만 해야 하는 퍼팅이 실전에서는 부지기수인데도 말이죠.”

◆‘멀리 보는 골프’가 강한 골프

가장 중요한 건 즐거운 골프를 하느냐다. “어떤 상황에서도 즐기기 시작하면 고수가 되는 거죠. 티샷한 공이 나무 밑으로 들어가거나 심지어 OB(아웃오브바운즈)가 나도 다음 샷을 해결할 솔루션을 찾는 데 흥미를 느끼는 마음근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즐거운 골프에는 강한 멘탈이 필수다. 이른바 ‘멘탈 갑(甲)’은 싱글이냐, 100돌이냐와는 별 상관이 없다. 1번홀부터 18번홀까지 일관된 루틴과 스트로크 속도를 유지하는지, 퍼팅한 공이 홀컵을 주로 지나가는지를 보면 멘탈의 강도를 짐작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멀리 보는 골프도 즐거움을 더하는 덕목이다. 그는 기업 최고경영자 대상 강연에서 이런 질문을 자주 던진다. 오른쪽은 해저드, 왼쪽은 OB일 경우 어떤 샷 전략을 세울 것이냐가 화두다. ‘페어웨이 정중앙으로 아이언 티샷을 한다’ ‘장타를 날려 해저드와 오비구역을 아예 넘겨버린다’ ‘오비 방향보다는 해저드 방향으로 조준해 안전하게 친다’ 등 다양한 답이 나온다.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건 한 대그룹 회장의 쾌도난마(快刀亂麻), ‘그냥 친다’였다. 한 타 한 타에, 라운드 한두 번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는 삶의 신조가 묻어났기 때문이다. 마음수련이 덜된 아마추어들에겐 언감생심의 경지. 필드 위의 화(火)를 다스릴 방법은 없을까.

“아드레날린 분비로 각성된 몸 상태를 회복하려면 5분 정도가 필요하다는 게 스포츠의학자들의 연구 결과입니다. 이 시간 안에 스윙이나 퍼팅을 하면 사고가 날 확률이 높죠. 해법은 물 한 잔을 마시고 크게 심호흡하는 겁니다. 갑자기 무너지는 걸 방지하는 데 확실한 효과가 있습니다.”

■ 박경호 프로

▷1970년 경남 진주 출생 ▷진주 명신고,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1997년 41회 행정고시/농림부 사무관 /보스턴컨설팅그룹 이사 ▷2006년 미국 샌디에이고골프스쿨(SDGA) 졸업 ▷2007~2009년 신한은행 골프컨설턴트 ▷2007~2012년 KPGS아카데미 대표 ▷2013년 신세계건설 상무(트리니티 골프장 총지배인) ▷국민대 골프과학산업대학원 겸임교수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