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틴 존슨의 손목과 오른 팔꿈치는 임팩트 직전까지 펼쳐지지 않는다. 클럽 헤드가 수평선까지 내려왔을 때에야 비로소 펼쳐지기 시작하는 이 관절들은 헤드 스피드를 125마일 이상으로 가속해주는 강력한 힘의 원천이다. VR골프 제공
더스틴 존슨의 손목과 오른 팔꿈치는 임팩트 직전까지 펼쳐지지 않는다. 클럽 헤드가 수평선까지 내려왔을 때에야 비로소 펼쳐지기 시작하는 이 관절들은 헤드 스피드를 125마일 이상으로 가속해주는 강력한 힘의 원천이다. VR골프 제공
장타왕의 세계랭킹 1위. 양립하기 어려운 두 마리 토끼를 기어코 거머쥔 남자 더스틴 존슨이다. 그는 1986년 정교한 스윙 통계가 본격적으로 수집되기 시작한 이래로 한 시즌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 1위에 오른 경험이 있는 유일한 세계랭킹 1위다. 정교함과 파워 두 덕목을 모두 갖춘 ‘골프 신인류’의 탄생이란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존슨은 2008년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데뷔 이래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 부문에서 4위 밖으로 나간 적이 없다. 2~3위를 줄곧 오가다 지난해 317.7야드를 찍고 데뷔 7년 만에 비거리 1위에 올라서며 ‘DJ전성시대’를 알렸다. 올해도 314.6야드를 기록하며 2위에 올라 있다. 클럽 헤드 스피드가 125마일을 넘나든다. 아마추어 남자가 대략 90마일 안팎이다. 2011년 국내에서 열린 발렌타인챔피언십에서 그와 함께 경기를 해본 박상현(34·동아제약)은 “꼬박꼬박 30m씩을 더 날리는 모습에 기가 질렸다. 다른 세계에서 온 사람 같았다”고 털어놨다.

193㎝, 86㎏의 거구인 존슨은 어렸을 때부터 축구 농구 야구를 즐겼다. 360도로 몸을 회전시켜 림에 공을 내리꽂는 덩크슛을 하고, 위태로운 고무공 위에서 풀스윙을 손쉽게 할 정도로 유연했으며 순발력도 뛰어났다. 골프에 필요한 하드웨어가 이때부터 차곡차곡 쌓인 셈이다. 2015년 3월 WGC 캐딜락챔피언십에서 마련한 3점슛 콘테스트에서 전 미국프로농구(NBA) 선수 셰인 베티에를 이긴 사건은 유명한 일화다.

골프를 주로 혼자 익히다 보니 스윙이 독특하다. 하체를 유별나게 붙잡아 두고, 백스윙 톱에서 왼손목이 지면 방향으로 굽는 극단적인 ‘보(bow)’는 그만의 스윙 스타일이다.

이 손목 꺾임이 장타의 비밀이라는 평가가 많다. 꺾인 손목이 클럽 헤드 페이스를 닫고 이 닫힌 페이스로 골프공을 정확히 때리려면 다운스윙 과정에서 열어줘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엉덩이 회전을 빨리 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엉덩이 회전은 다운스윙의 시작이자 헤드 스피드를 결정하는 핵심변수다.

미국의 스윙 연구가이자 골프 교습가인 제이미 매코널은 “스윙을 천천히 하면 할수록 페이스가 닫혀 공이 왼쪽으로 당겨지는 악성 훅이 나게 돼 있어 필연적으로 회전을 빨리 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느린 스윙이 오히려 치명적이라는 얘기다.

코킹한 손목을 임팩트 직전까지 유지한 채 클럽을 끌고 내려오는 이른바 ‘래깅(lagging)’ 동작도 클럽 헤드 스피드를 가속하는 원천이다. 클럽 헤드가 지면과 수평하게 만나는 지점에 이르러서야 오른쪽 팔꿈치를 목표물을 향해 뻗으면서 굽어 있던 손목을 연이어 펼쳐주는 순간 동작에서 엄청난 가속도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스윙 이론가인 강종철 프로는 “굳어 있던 관절을 단위 시간에 얼마만큼 빨리 펼쳐주는지를 말하는 ‘각속도’가 비거리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의 풀 네임은 더스틴 헌터 존슨이다. 지난해 US오픈을 제패하며 메이저 챔프 타이틀까지 거머쥔 그가 커리어 그랜드슬램(생애 통산 4대 메이저 우승)을 사냥할 시점에 벌써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